“범법 집단 매도하나”… 해운업계, 강력 반발
공정위 과징금 부과 후폭풍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국내외 23개 선사의 한국∼동남아 항로 운임 결정 행위를 ‘불법 담합’으로 규정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 원 부과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해운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는 등 국내 해운산업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
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규정
해수부 “불법행위 아니다” 고수
해운협회, 법 개정안 조속통과 촉구
정당성 회복 위한 행정소송 준비
■해운재건 배치 결정…업계 타격 우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액수가 당초 예상했던 800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공정위가 해운법이 허용하는 해운사의 공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채 해운사들을 ‘범법 집단’으로 매도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부과 결정은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재건 정책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결정으로, 어려운 해운업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해운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번 과징금 부과 결정으로 외국 선사들이 국내 항로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경영 여건이 열악한 컨테이너 선사들은 도산 위기에 내몰리는 등 국적선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동남아 항로 과징금 문제 소송 갈 듯
관할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날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과징금 부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해운사들이 함께 운임을 결정하는 것은 해운법상 공동행위로 허용되고, 선주들이 화주들과 최초 합의한 것보다 오히려 더 낮은 운임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선사들을 대표하는 한국해운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해운기업들은 해수부의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근거해 40여 년간 모든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행위를 펼처왔는데도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며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해운공동행위의 정당성 회복을 위해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해운업계는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서 일본 정기선사, 유럽선사 등 20여 개의 해외선사를 조사에서 누락하는 등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협회는 한~일 항로 및 한~중 항로 운임 담합건과 관련해선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현재 국회 계류 중인 ‘해운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해운·항만·물류 관련 54개 단체가 가입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공정위는 우리 업계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현실과는 왜곡된 내용을 일관되게 주장하며 해운업계를 부당하게 행위를 한 불법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반발했다. 연합회는 해운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함께 공정위에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의 운임담합건 심사 종결도 요구했다. 다만, 이번 동남아 항로 과징금 부과 결정은 공정위 전원회의 결과물인 만큼, 행정소송을 통한 법적 분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의 경우에는 해운법 개정안이 공정위 전원회의 소집 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만 공정위의 과징금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