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고 목욕 가는 소막마을 “구립 목욕탕 지어 달라”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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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치한 공용 샤워장
찬물만 나와 이용자 ‘극소수’
남구청 “사업성 부족” 난색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주민과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등 20명은 19일 오전 11시께 남구청 앞에 모여 소막마을 공공 목욕탕 건립을 요구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주민과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등 20명은 19일 오전 11시께 남구청 앞에 모여 소막마을 공공 목욕탕 건립을 요구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코로나19에 따른 목욕업 쇠퇴,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동네 목욕탕이 폐업하자 부산 곳곳에서 공공 목욕탕 건립 요구가 나온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의 ‘씻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나오지만, 구청은 부지 확보 문제와 인구 감소에 따른 사업성 부족 등으로 난색을 표한다.

소막마을 주민과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등 20명은 19일 오전 11시께 부산 남구청 앞에 모여 우암동 소막마을에 공공 목욕탕을 건립하라고 요구했다. 소막마을에서 77년 동안 살아온 안정자(80) 씨는 “택시비가 많이 나와 자주는 못 가고, 여러 명 모여 일주일에 한 번은 멀리 떨어진 곳으로 택시 타고 목욕을 간다”며 “구청에서 만들어준 공용 샤워장은 잠시만 사용하면 찬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우암동에는 목욕탕 두 곳이 있었지만 수요 감소 등 이유로 한 곳은 폐업했고 다른 한 곳은 오후 2시까지만 운영한다. 소막마을 인근은 재개발 재건축이 이루어지고 있어 주민들이 도보로 이동하기도 어렵다.

앞서 2020년 남구청은 소막마을 주민공동체센터 2층에 공용 샤워장을 설치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잠시 사용하고 나면 금세 찬물이 나와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용을 꺼린다. 구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샤워장 이용자는 5명 남짓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소막사를 변형해 거주하며 형성된 소막마을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3명으로 전체 인구 2576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고령층 밀집 지역이다. 게다가 주민 중 369명은 기초생활수급자라, 번번이 택시를 타고 목욕탕으로 가는 것도 금전적 부담이다.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주민과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등 20명은 19일 오전 11시께 남구청 앞에 모여 소막마을 공공 목욕탕 건립을 요구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주민과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등 20명은 19일 오전 11시께 남구청 앞에 모여 소막마을 공공 목욕탕 건립을 요구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에서는 약 30년 전부터 공공 목욕탕이 운영됐다. 1991년 동구 범일동 종합사회복지관에 ‘청춘 목욕탕’이 문을 열었고, 2013년에는 금정구 ‘선두구동 목욕탕’이 개관했다. 중구청과 사상구청도 각각 부평동과 학장동에 구립 목욕탕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목욕탕을 찾는 발길이 줄어 사업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탓에, 목욕탕 운영자를 찾지 못해 개관을 미루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주변 목욕탕 업체의 반발도 공공 목욕탕 건립에 장애물이다.

중구청은 4층 규모 ‘부평 행복탕’을 준공했지만, 사업자 모집에 번번이 실패한 탓에 개관이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운영권 계약 가격은 1억 880만 원이었지만, 이날 네 번째로 올린 입찰 공고에서는 8812만 원으로 내렸다. 또 인근 목욕탕에서 민원을 제기한 탓에 요금을 사설 목욕탕 요금 수준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남구청은 주민들의 요구를 이해하지만, 사업성과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목욕탕을 새로 지으면 부지매입비 10억 원을 포함해 예산 25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샤워장 찬물 문제는 지난해 12월 온수기를 추가 설치해 해결했고, 주민이 목욕탕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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