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우리 시대 ‘돌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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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동시대미술기획전 ‘돌봄사회’에 선보인 조영주 ‘휴먼가르텐’.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재난은 한 사회가 어떤 부분에서 취약한지를 드러낸다. 코로나19는 현대 사회 돌봄의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주목해 동시대 미술을 통해 돌봄을 돌아보는 전시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동시대미술기획전 ‘돌봄사회’이다. 전시는 2월 6일까지 열린다.

경남도립미술관 내달 6일까지 진행
소수자 향한 편견·외국인 돌보미 등
40여 점 작품으로 던지는 돌봄 사유

‘돌봄사회’는 오늘날 돌봄의 구조와 돌봄을 둘러싼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탐구하고 돌봄의 현대적 가치와 의미를 사유한다. 전시에는 문지영, 미하일 카리키스, 요한나 헤드바, 임윤경, 조영주, 최태윤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드로잉,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40여 점의 작품으로 돌봄을 중심에 두는 삶을 제안한다.

문지영은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과 그 동생을 돌봐온 엄마, 아픈 엄마를 돌보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작품에 담는다. 작가는 질병과 장애에 대한 이분법적 시선,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소수자를 향한 편견과 무관심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돌봄 의무를 떠안는 여성의 삶을 조명한 ‘엄마의 신전’ 시리즈 신작도 선보인다. 그림에서 인물의 얼굴을 지우며 개인의 서사를 넘어 다수의 이야기로 돌봄의 문제를 확장한다.

미하일 카리키스의 영상 작품 ‘맹렬한 사랑’은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계절을 구분할 수 없는 상상적 미래를 보여주며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를 질문한다. 이 작품은 우리를 돌보는 자연에 대한 생각도 끌어낸다.

한국계 미국인인 요한나 헤드바는 책 형태의 ‘아픈 여자 이론’과 돌아가신 어머니를 애도하는 퍼포먼스 ‘씻김’ 영상을 전시한다. 작가는 관객이 ‘아픈 여자 이론’을 소리 내어 읽고, 이것이 생존과 회복의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임윤경은 외국인 신분으로 돌보미로 일한 5명의 여성이 10년 후 자신이 돌본 아이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한다. 뉴욕에서 단기 베이비시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작가는 돌보미라는 직업에 얽힌 국가 또는 경제 논리, 규정화된 가족 구조, 성별화된 역할을 이야기한다.

조영주의 ‘휴먼가르텐’은 돌봄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품으로, 관람객이 앉거나 기대어 쉴 수 있다. 이 작품은 행위예술가의 라이브 퍼포먼스 ‘인간은 버섯처럼 솟아나지 않는다’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최태윤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삶과 공동체적 연대에 대한 고민을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자신을 돌보는 것이 타인과 사회를 돌보는 것과 다르지 않고, 돌봄에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 등 답을 찾는 과정을 일기와 편지 형식으로 공유한다. 055-254-4600.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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