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법·제도가 못 따라가는 생생한 노동 현실 비판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 김종진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나라의 부가 늘어나면서 소비는 커지고 복지도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국민 절대다수인 노동자들의 삶은 그에 비례해 과연 좋아졌는가? 왜 한국전력 하청업체 전기노동자와 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가 업무 중 목숨을 잃어야 하고 플랫폼 기업과 원청업체 갑질에 고통받는 노동자는 늘어만 가는가? 고용 불안과 차별의 쳇바퀴는 멈출 줄을 모르고 돌아가는 것일까?
이 땅에는 여전히 945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청소년 및 고령 노동자들이 법의 예외나 권리 부재로 제도적 차별을 감내하고 있다. 플랫폼 등 ‘제도 밖의 노동자’도 744만 명이나 된다.
이 책은 플랫폼 노동이나 프리랜서, 청년 문제와 같은 최근의 이슈와 다양한 주제를 다룬 ‘21세기형 대한민국 노동입문서’이다. 감정노동, 성차별 채용,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 현안에 대해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그 맥락을 짚어 나간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해 내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연간 100회가 넘는 노동교육을 다닌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생생한 노동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감정노동자 보호 등 민감한 주제를 풍부한 해외 사례와 함께 다룬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미래 노동의 긍정적 변화와 대안이 머릿속에 슬며시 그려진다. 김종진 지음/롤러코스터/291쪽/1만 60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