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 위기의 배후는 ‘1%의 제국’ 억만장자”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세계적 환경 사상가인 반다나 시바가 오늘날 생태적 위기의 근본 원인과 배경을 추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반다나 시바가 지목하는 위기의 배후는 전 세계 인구 상위 1%에 속하는 억만장자들과 1%의 이익에 복무하는 경제체제다.
저자는 “이들이 기후 혼란 등 야기” 주장
연민·연대 통한 다양성 회복이 인류 살길
반다나 시바는 다큐멘터리 <반다나 시바의 씨앗>의 촬영감독이자 사진작가인 카르티케이 시바와 함께 집필한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를 통해 “생물종으로서 인간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파멸을 막기 위해 1%의 제국에 맞서 99%의 사람들이 싸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저자들은 우선 왜 1%의 재벌들과 1% 경제가 현재 위기의 원인인지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태초에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였으며, 지구에 깃들어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1%와 1%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로 분열되었다. 1%가 탐욕스레 이익을 추구하는 사이, 99%의 인류와 지구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 즉, 1%가 세계의 부와 권력을 거머쥐고 지구 전체를 지배하면서 빈곤과 기아, 난민위기가 심화된 데다 생물다양성의 상실, 토양과 물의 오염, 기후 혼란도 야기되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이어서 1%의 제국의 성벽을 굳건하게 쌓아준 경제와 기술에 대해 말하며 경험적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경제’는 ‘돈이 돈을 버는 것’을 가능하게 한 금융이다. 탐욕과 축적을 오히려 미덕으로 여기는 1% 경제체제에서는 금융 경제가 실물 경제를 대체하면서 부의 분배를 더욱 불평등하게 만든다고 했다.
실례로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일자리, 집, 연금, 담보를 상실하고 있을 때 금융시장에 뛰어든 재벌들은 더 부유해졌다. 저자들은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워렌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투자회사 뱅가드 그룹을 주요 사례로 들며 그들이 금융상품과 투자를 이용해 부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보여준다.
‘1%는 ‘기술’을 이용해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를 장악하고 지배해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농기업 몬산토와 바이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발물과 유독성 가스를 만들고, 베트남전쟁 때는 고엽제 원료를 공급했던 기업이다. 이들을 비롯해 전쟁에서 활약했던 듀퐁, 다우 케미컬, 신젠타 등의 기업들은 ‘유독성 카르텔’을 형성해 농업과 생명공학 산업을 장악했다. 이들은 유독한 살충제, 화학물질, 유전자조작 종자를 유통시키며 농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우리의 식량을 오염시켰다.’
그렇다면 1%의 세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일구는 방안은 어떤 것일까. 저자들은 연민, 상호의존, 연대를 토대로 다양성을 회복하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서로를 돌보고 지구를 보살핌으로써 인간성과 지구의 활력을 되찾는 것이 인류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반다나 시바·카르티케이 시바 지음/추선영 옮김/책과함께/280쪽/1만 5000원. 천영철 기자 c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