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내게 힘이되는 세 가지 생활공약(연말정산, 반려동물, 양육지원)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홍준표 의원이 원팀 구성을 위한 만찬 회동을 가진 지 하루 만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홍 의원이 3·9 대선과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측근의 전략공천을 요구한 데 대해 윤 후보가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히고, 선거대책본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에 홍 의원은 비공개 회동 내용을 유출했다며 “방자하다”고 반발했다.

홍 “깨끗한 사람, 전면에 나서야”
‘최재형·이진훈 전략 공천’ 제시
국힘 내부 “지도자 걸맞은 행동을”
윤-최재형 회동 ‘해결’ 가능성도

윤 후보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의원의 전날(19일) 제안에 대해 “공정한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지난 19일 윤 후보와의 만찬에서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 △처가 비리 엄단 선언 등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자신의 측근인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전략공천할 것을 요구했다. 3·9일 전국 5곳에서 재·보궐 선거가 진행된다.

이에 대해 이양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공천은)당이 함께 국민과 이뤄 낸 합리적 의견 수렴과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 공정과 상식으로 정치혁신을 이뤄 내고 이를 통해서만 정권교체가 가능할 거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드는 데 홍 의원도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즉각 홍 의원을 향한 쓴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20일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다. 제가 얼마 전 당의 모든 분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 바 있다”며 “당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홍 의원을 향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홍 의원이 전날(19일) 윤 후보와의 회동에서 원팀 합류를 위해 내건 조건 중 하나인 ‘처가 비리 엄단’ 선언에 대해 “(윤 후보는 선언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후보 입장에서 다소 불쾌하고 좀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 이중잣대를 재지 않겠다는 것은 후보의 원래 원칙”이라며 “이것을 굳이 어떤 정책 선언의 의미로 하는 것은 후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당내 반발 기류에 홍 의원은 전략공천 요구는 윤 후보의 국정 운영 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재형 같은 사람은, 깨끗한 사람이고 행정능력이 뛰어나서 국정운영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선 전면에 나서야 선거가 된다”면서 “내가 그래서 (전략공천)요청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 후보는 20일 오후 5시께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최 전 원장을 만났다. 윤 후보가 경선 경쟁자들을 만나면서 역시 종로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도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만남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