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지방선거, 심해지는 갑·을 경쟁
6·1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부산·울산·경남(PK)지역 갑을의 대결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갑과 을로 나뉜 분구 지역에서 현역의원과 원외 위원장이 자신과 친한 인사를 기초단체장 후보로 공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지선 출마자들도 상대지역에서 득표활동조차 못할 만큼 예민해진 상태다. 벌써 심각한 공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부울경에는 부산 해운대 부산진 사하 남 북구와 울산 남구, 경남 김해 양산 진주시 등 9곳의 분구지역이 있다. 이 중에서 울산 남구와 경남 진주시를 제외한 7곳의 기초단체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에선 그다지 공천문제로 다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PK 분구 9곳 ‘물-기름 관계’
자기편 인물 공천 의지 안 굽혀
지난 선거 참패 국힘 쪽이 심각
공천 후유증 우려 목소리 높아
문제는 지난 지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다. 우선 해운대구의 경우 갑 쪽의 최준식 전 시의원과 정성철 전 해운대구의회 의장, 을 쪽의 강무길 김진영 전 시의원, 김성수 전 해운대경찰서장 등이 한 장의 공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상대 지역에서 득표활동하는 것을 꺼린다. 그렇다고 해당지역 국회의원인 하태경 김미애 의원이 중재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두 의원이 쉽게 개입하기 힘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보고 있다.
사하구에선 갑의 김척수 당협위원장이 구청장 출마로 선회할 뜻을 보이자, 조경태 의원과 가까운 노재갑 전 시의원, 성창용 보좌관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정화 전 사하구청장도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조경태(홍준표) 의원과 김척수(윤석열)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서로 지지 후보가 달랐던 만큼 정치노선이 다르다.
북구에선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박민식 전 의원과 가까운 오태원 북구체육회장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은 생각이 다소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진에선 이헌승 의원이 김영욱 전 시의원에게 재기의 기회를 줄 생각이지만 서병수 의원은 부산시 고위공무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비록 서 의원이 5선이지만 부산진에선 초선에 불과해 이헌승 의원의 영향력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구에선 출마자들이 너무 많은 데다 갑을 위원장의 영향력이 적어 완전 경선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남 양산에서 을 위원장인 나동연 전 시장이 오래전부터 경선을 준비해 왔지만 윤영석 의원 쪽의 한옥문 도의원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세다. 윤영석 의원은 누가 돼도 이번에 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해에선 갑과 을 위원장이 동시에 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자율적인 정리가 힘들 전망이다.
이처럼 부울경을 비롯한 전국의 분구지역 내부 공천경쟁이 치열하지만 정작 당 지도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한다. 특히 이준석 대표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당직자는 “지금은 오직 대선 준비에 올인할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선과 지선을 별개로 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지선 출마자들이 자기 선거를 준비하면 대선 득표횔동을 벌이는 게 더 효과적이란 얘기다. 부산의 분구 지역 모 출마자는 “위원장은 말이 없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우리는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경쟁 중인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의 분구지역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대부분 현직인 데다 갑을 위원장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울경 분구지역의 대조적인 모습이 6월 지선에 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권기택 기자 k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