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년 유출 걱정한다면서… 부산 지자체들, 너도나도 ‘재경 기숙사’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김동우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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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청이 재경 기숙사(동래학숙)로 쓰는 서울 홍제동 행복(연합)기숙사. 부산일보DB 부산 동래구청이 재경 기숙사(동래학숙)로 쓰는 서울 홍제동 행복(연합)기숙사. 부산일보DB

부산 일부 기초지자체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는 지역 학생을 위해 운영하거나 건립을 추진하는 '재경 기숙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로 진학하는 지역 인재를 지원하고 지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준다는 찬성론과 구시대적 인재론에 바탕을 둔 행정이라는 반대론이 엇갈린다.

부산 동래구청은 2018년 말부터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과 강서구 내발산동 등 두 곳의 공공기숙사에서 ‘동래학숙’을 운영하고 있다. 동래학숙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동래구 출신 대학생이 저렴한 비용으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숙사다. 지난해 기준 이용료는 월 12만 원이다. 매년 초 선발된 신입생과 재학생 총 14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동래구청 구비와 민간 기부금으로 조성한 동래장학회 기금 2500만 원이 매년 운영비로 쓰인다. 경남도도 2018년부터 서울 강남구에 예산 376억 원을 투입해 재경 기숙사를 지어 운영 중이다.

동래구, 5년째 ‘동래학숙’ 운영

기장군, 2024년 개관 목표로 추진

북구·남구도 기숙사 운영 움직임

서울 진학 인재 지원 ‘찬성론’ 속

구시대적 인재관이라는 비판도

전국 지자체 27곳이 서울에 재경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지자체 18곳이 함께 서울시가 건립한 강서구 내발산동 공공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가 이 연합에 포함됐는데, 이곳에 30년 이상 사용권을 확보하는 데 1억 7500만 원이 들었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지역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공부해 성장한 인재가 돌아와 지역에 환원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 기숙사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도 점점 늘고 있다. 기장군은 서울 용산구에 2024년 개관을 목표로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재경 기숙사를 추진하고 있다. 원전 인근에 있는 경북 경주시, 울산 울주군, 전남 영광군 등과 2016년부터 추진한 일이다. 이들 지자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지역 지자체에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한 400억 원을 예산으로 하고 있다.

부산 북구와 남구에서도 재경 기숙사 운영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북구의회 김태식 의원은 최근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재경학숙’ 건립을 제안했다. 남구도 최근 동래구에 동래학숙 운영에 관한 사항을 문의했다.

전국 지자체의 재경 기숙사 운영 열풍은 서울로 진학한 학생을 도와주면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을 위해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에 기반한다. 북구의회 김태식 의원은 “지역 인재가 부산에 다시 돌아와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부산시 차원에서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구시대적 인재관’에 바탕을 둔 행정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있다.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 대학 위기 가속화로 이어진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노동연구원 강동우 부연구위원이 2019년 발표한 ‘청년층 지역이동의 특징과 지역 특성의 영향’ 연구에 따르면, 비수도권 고교생 8213명 중에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뒤 그대로 수도권에 머무는 이는 80%에 달했다. 실제 경상북도가 2018년 ‘재경 기숙사 건립’ 용역을 진행하다 이듬해 사업을 백지화한 일도 있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지원 때문에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역으로 돌아온 인재 지원에 나서는 일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지자체들이 재경 기숙사를 추진할 게 아니라 지역으로 돌아온 인재들이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김동우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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