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간 날로 먹다 ‘개회충’ 감염… 자칫하면 실명 부를 수도
[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이안과
곱창집에서 나오는 소 생간을 즐겨 먹는 A 씨는 언제부터인가 한쪽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A 씨는 나이가 들어서 오는 백내장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오다 점점 증상이 심해지자 결국 안과를 찾았다. 의사는 A 씨의 눈에 생긴 염증으로 시력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정상으로 회복이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개회충증’이라는 생소한 병명과 함께 평소 먹었던 생간으로 인해 감염된 기생충이 원인이라는 충격적인 설명을 듣게 됐다.
선진국 대열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기생충 질환은 오랜 옛날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몇 가지 기생충 질환은 여전히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톡소카라’라고 불리는 개회충이다. 몇 년 전에는 한 인기 아이돌그룹의 멤버가 개회충에 감염됐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개회충은 이름 그대로 주로 개에 기생하는 회충이다. 개의 분변에 오염된 흙으로부터 감염되기도 하나, 반려견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 오리, 말 등에서도 발견되며, 특히 소의 간에 많이 기생해 이를 날것으로 섭취하는 경우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사람의 몸에 들어온 개회충은 주로 폐, 간 등에 기생하는데, 그 크기가 0.5~1mm 정도로 작아 발견이 힘들다. 이에 더해 개회충에 감염돼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은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내기 일쑤다. 개회충으로 간이나 폐에 염증이 생기면 CT나 MRI 검사 등에서 종양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로 인해 심지어는 간암이나 폐암 등으로 오인 받기도 한다.
개회충에 감염되면 열과 감기 증상, 복부 통증 등을 겪을 수 있다. 드물지만 심장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척추신경으로 들어가 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A 씨 사례처럼 개회충이 눈에 침범하는 경우 포도막염이라는 눈 속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눈 속이 혼탁해지면서 빛을 감지하는 신경 조직인 망막이 부어 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안과 이지은 원장은 “이 상태가 오래 방치되면 섬유막이 형성되면서 망막을 잡아당겨 주름이 잡힐 수 있고, 더욱 심해지면 망막이 떨어지는 망막박리로 이어진다”며 “견인막의 수축으로 인한 견인망막박리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을 침범하게 되면 영구적인 시력 상실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도막염 뿐 아니라 황반에 물이 차는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이나 시신경염 또한 개회충과 관련돼 있다는 국내의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개회충증이 의심될 경우 혈청검사로 항체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염증은 구충제와 함께 염증약을 복용해 치료하며, 견인망막박리가 황반을 침범하거나 침범이 우려되는 경우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원장은 “소의 간이 간과 눈에 좋다고 즐겨 먹는 이들이 많은데, 개회충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