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끈 지중화 사업 무산에 돈까지 물어내게 된 부산 북구청
부산 북구청이 화명동 전신주 지중화 사업을 신청해놓고 3년여 만에 예산 확보 실패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한국전력에 950만 원 상당 비용을 오히려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북구청은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해명했는데, 사전에 재원 확보 방안은커녕 타당성도 검토하지 않고 한전과 이행 협약서까지 체결한 셈이 돼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 북구청은 최근 한전에 북구 화명동 지중화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업 추진으로부터는 4년, 사업 승인으로부터는 약 3년 만에 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재원 확보 방안·타당성 검토 부실
화명동 전신주 지중화 사업 포기
한전에 950만 원 비용 지불해야
불필요한 예산 낭비 ‘졸속 행정’
북구청 “사업성 떨어져 중단 결정”
화명동 지중화 사업은 화명동 롯데마트 주변 전신주 14개, 총 350m 구간의 전선을 땅 속에 묻는 사업이다. 북구청은 2018년 한전에 이 사업을 신청했고, 이듬해 1월 한전은 사업비 50%를 분담하기로 하고 사업을 승인했다.
사업이 취소된 이유는 북구청이 예산 7억 7500만 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북구청은 이 구간을 시작으로 ‘걷기 좋은 도시를 선도하겠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도, 3년이 지나도록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북구청은 사업을 취소할 경우 사업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한전에 도리어 950만 원 상당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북구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지중화 사업 기초자료 조사용역비, 지중화 시행 신문공고료 등 957만 원이다.
앞서 한전은 사업승인 이후에도 사업이 진행되지 않자 10개월 만인 2019년 11월 북구청에 이행협약서 체결을 요구했다. 다음달 북구청과 한전이 체결한 이행협약서에는 ‘사업 요청자가 지중화 사업의 중단을 요청해 협약을 해약하는 경우 발생한 손해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북구청은 부산시에 특별교부세를 요청하는 등 방식으로 예산을 확보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사업을 취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특별교부세는 특별한 재정 수요가 있을 때 구청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에만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업에는 애초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
북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구비만으로 7억 7000만 원 상당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예산지출의 영향도 있었다”면서 “사업이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당장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북구청이 졸속행정으로 불필요하게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구청이 예산 확보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재정 성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해 이미 재정자립도가 부산 최하위 수준인 재정에 더 손해를 끼치는 결과가 됐다.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한 결과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북구청의 설명도 오히려 비판을 부른다. 북구청이 사전에 타당성 검토도 충분히 하지 않고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이행 협약까지 체결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전신주 지중화 사업에 대한 예산은 특별교부세로 충당할 수 없고 한전과 기초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는 건 큰 문제”라면서 ”예산 확보 방안보다 사업 추진에 대한 북구청의 의지가 더 문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탁경륜·나웅기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