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54년 만에 처음으로 총학생회 못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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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대학가에서 취업난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캠퍼스문화 확산으로 총학생회 활동을 기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대는 총학생회가 첫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출마 후보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고, 부산교대는 4년 연속 총학생회가 공석이다. 그나마 총학생회가 구성된 대학도 학생들이 참여에 소극적이어서 학생회를 꾸려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대는 지난해 11월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가 없어 2022학년도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했다. 1968년 총학생회가 처음 출범한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총학생회가 없는 해가 된 것이다. 통상 총학생회는 임기 1년으로 전년도 12월에 구성된다. 회장이 입후보하며 부회장과 간부 등의 구성을 갖추기 때문에 회장 입후보 여부가 출범 여부를 좌우한다.

총학 출마자 없어 비대위로
1968년 총학 출범 후 처음
한국해양대·부산교대 공석
총학 꾸린 학교도 활동 저조
취업난·코로나에 찬밥 신세

현재 부산대 총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2021학년도 경영대학 학생회장이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부산대는 오는 3~4월께 ‘8개월 임기’의 2022학년도 총학생회 선거를 다시 치를 예정이지만 이번에도 후보가 없을 땐 비대위가 계속 이끌게 된다. 2021학년도 부산대 총학생회 김태경(26) 회장은 “학생들이 취업이나 진로 문제 등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총학생회 활동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도 올해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해 오는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회장단을 선출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이 대학 총학생회가 구성돼 활동했지만 2020년에는 공석이었다. 부산교육대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했다. 총학생회가 없는 상태에서 꾸려진 비대위가 상설 학생대표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총학이 출범한 부산외국어대도 지난해에는 입후보가 없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2022학년도 부산외대 총학생회 이준영(25)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황이 이어지면서 학생회 활동도 크게 제한을 받았다”며 “이로 인해 출마를 고민할 만했던 학생들도 학생자치 활동에 흥미와 관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학생회가 찬밥 신세가 된 이유는 극심한 취업난에 스펙쌓기가 중요해지면서, 학생회 활동을 꺼리는 추세가 더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학축제나 동아리 활동을 못하는 등 비대면 캠퍼스문화가 확산해, 대학 소속감과 학생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총학생회 출신 한 간부는 “학생사회를 대표해 학생 권익을 위해 활동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도 이젠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권한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남인용 교수는 “학생회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학생 권익이 향상되고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거의 없어 입후보자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1980년대 등 학생 운동이 한창일 때 학생회의 힘과 입김이 강했다는 점에서 학생 운동의 쇠퇴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총학생회가 구성된 대학도 활동에 차질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캠퍼스 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참여도가 더욱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총학생회가 꾸려진 부경대, 동아대, 경성대, 부산외대 등에서는 비대면 축제를 기획하고 온라인을 통한 학생 여론 수렴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또 다른 대학의 전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다 보니 학생회 임원들도 고립감과 허탈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어렵게 총학생회를 구성하더라도 낮은 투표율로 대표성 문제가 불거지며 ‘무관심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다. 올해 부경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49.16%로 재적 인원의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동아대는 58.25%를 기록했지만 2018년 72%, 2019년 68%, 2020년 60%, 2021년 58%로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김성현·김동우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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