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은행 부산 이전, 윤 후보 균형발전 더 속도 내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가 24일 〈부산일보〉 등 9개 지역 대표 언론사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연계하지 않고, 산업은행 단독으로라도 이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를 처음 꺼냈지만 산업은행법 개정과 금융노조의 반발 등 걸림돌이 산적해 공약 실천 여부가 불투명했던 게 사실이다. 윤 후보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확실한 의지 표명을 환영하면서 약속 이행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확실한 의지, 공약 이행 이어져야
수도권정비계획 재정비는 재고를
일부 서울 소재 언론에선 벌써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지역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공약(空約)에 불과하다는 딴지성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에 산업은행의 주요 거래기업인 자동차, 조선업, 석유화학 등의 사업장이 대거 위치한 사실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2019년에도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산업은행과 Sh수협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관련법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은 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완성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내려면 이들 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금융 앵커 시설인 산업은행이 부산에 오면 다른 부산의 금융 공공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 산업은행이 부울경의 산업 환경을 수도권에 버금가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윤 후보는 메가시티 정책이 성공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실시한 대통령과 광역지자체장들이 만나는 ‘중앙지방 협력회의’를 매월 개최하면서 지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동안 수도권 팽창을 막아 온 수도권 규제에 대해 “생산적이지 않다”며 수도권정비계획의 재정비를 언급한 부분은 매우 우려스럽다. 사실상 수도권 규제가 전면적으로 풀리면서 수도권 팽창이 급가속 페달을 밟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역소멸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자치분권 개헌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니 지역 문제에 너무 한가해 보인다.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다. 문재인 정부도 균형발전을 자주 강조했지만 말뿐이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해 9월에도 직원 100명 이상 150개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단 하나의 성과도 없다. 윤 후보는 구두선에 그친 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방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일반론만으로는 지금의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 윤 후보의 지역 공약은 아직 미흡하다. 최소한 문 정부 때 공공기관 이전 약속을 모두 이행하고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춰 속도를 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