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도에서 지방소멸 해법 찾기
김종한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
옛말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다. 요즘엔 반만 맞는 말이다. 몇 년 전부터 제주도에 초중등 학생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제주도 인구가 58만 4000명이었는데 2021년 12월 현재 69만 7000명으로 연평균 1만 명 이상의 지속적인 증가세다. 특히 제주시 아라동은 2011년 1만 4048명에서 2021년 3만 8622명으로 174.9%나 증가했다. 도대체 제주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최근 증가세가 완만하지만 제주도 인구증가가 이처럼 지속되는 데에는 타 시도와 비교하여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 제주특별자치도로서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자치 기능의 강화이다. 둘째, 국제관광도시에 준하는 인프라 구축이다, 셋째, 제주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와 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이다. 넷째, 서귀포에 제주혁신도시와 영어교육도시 조성이다. 다섯째, 제주 한달살이나 초중등 교육살이를 지향하는 외지인의 제주 이주 열풍도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향후 제주도 인구증가엔 근본적 한계가 있지만,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는 타 시도와 중앙정부는 외딴 섬 제주도의 경험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198개 국가 가운데 꼴찌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고령화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제는 인구 과반의 수도권 집중으로도 모자라 충청도와 강원도 일부를 아우르는 ‘초광역 수도권’으로 인프라 투자가 확장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먼 영남지역과 호남지역은 지방소멸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바다 건너 제주도만 아직 예외이다. 그렇다면 타 시도가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로부터 어떤 시사점을 배울 것인가?
첫째, 수도권 집중 구심력에 빨려들지 않기 위해 연방제 수준의 권역별 메가시티 조성을 통한 거점도시(소중앙) 구심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바다가 수도권 구심력을 차단하고 특별자치도라는 자치분권이 자체 구심력을 강화해 주고 있다. 둘째, 권역별 광역교통망 구축과 거점도시의 글로벌화 추구이다. 제주도 면적은 서울의 3배 정도이지만 인구는 전주시 66만 명 인구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전국 어디서나 1시간대 항공권을 이용하여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흡입하고 있다. 셋째, 권역별 지역산업특화 첨단과학단지 조성과 인재집적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이다. 제주도는 2005년부터 제주 첨단과학기술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여 IT기업인 카카오, 이스트소프트 등 178개 사가 입주하였다. 이 곳에 집적된 고급인재와 외국인이 머무를 수 있도록 주변에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넷째, 제2차 공공기관 및 공기업 자회사의 거점도시 인근으로의 이전과 교육환경에 대한 투자이다. 서귀포 제주혁신도시에는 총 9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하였고, 타 시도 혁신도시와는 달리 인근 강정택지지구 신도시개발과 함께 급속한 인구증가를 낳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원의 영어교육도시 역시 높은 교육비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나, 인재와 인구유입 측면에서는 성공적인 프로젝트이다. 마지막으로 권역별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그들만의 색깔로 꾸미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 마을에서 안빈낙도할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방소멸의 해법은 굳이 해외의 사례보다 지난 10년간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련의 경험만 반추해 보아도 쉽게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제 나에게 제주도는 단순히 국제관광도시를 넘어 지방소멸 해법의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