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양자 토론’… ‘설 밥상’에 후보 자질론 오를 듯
이번 주말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3·9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민심이 뒤섞이고 다듬어질 이번 연휴는 대선의 향배를 사실상 결정 짓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 대선 관련 최대 이벤트로 여겨졌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양자 TV토론은 법원 결정으로 무산됐다.
일단 연휴 기간으로 진입하는 현 시점에서 설 ‘밥상 민심’의 주도권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로 쏠리는 분위기다. 이번 주 나온 각종 여론조사 중 상당수는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측에서 ‘86 용퇴론’까지 꺼내며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여론의 호응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양 진영이 연일 쏟아내는 공약 경쟁의 주목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밥상머리 주제는 비교적 판별이 쉬운 두 후보의 자질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TV 토론 무산에 공약 관심 낮아
‘7시간 통화’ ‘형수 욕설’ 영향 지속
정부 방역 평가도 뜨거운 쟁점
PK 지역 공약은 진정성이 중요
이와 관련, 26일 발표된 YTN·리얼미터 조사(24~25일, 1018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보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의 7시간 통화 녹취 발언이 윤 후보 지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응답은 44.5%인 반면, 이 후보 욕설 논란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50.3%였다.
이 후보가 26일 ‘네거티브 중단’을 전격 선언한 것도 이 문제가 더 거론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이 후보는 이날에도 ‘주 4.5일 근무제’ 추진, 전 국민 고용·산재 보험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노동 공약을 발표하는 등 대결 쟁점을 정책 이슈로 전환하는 데 진력했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의 대북 선제타격론을 겨냥, “안보를 훼손해서 정치적 이익을 얻는 것은 반역행위”라고 날선 비판을 퍼부었다.
윤 후보는 다소 느긋해진 모습이다. 윤 후보는 이날 이 후보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에 대해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이 하는 걸 네거티브라 하고, 정부 최고의 의사 결정자가 될 후보에 대해 검증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본다”며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윤 후보 측은 부인 김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논란에 대해 연휴 전 김 씨의 직접 사과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악화일로인 ‘코로나19’ 상황도 설 밥상 토론에서 이 후보에게는 악재다. 26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하루 1만 3000명을 넘으면서 갈수로 커지는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이 후보에게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남은 기간 코로나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PK 지역의 경우, 거대 양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발표한 굵직한 지역 개발 공약이 밥상머리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전까지 가덕신공항과 북항재개발, 메가시티, 경부선 지하화 등은 여권이 주도적으로 끌고온 어젠다였으나, 최근 부산을 방문한 윤 후보가 KDB산업은행 이전까지 보태 ‘묻고 더블로’ 전략을 구사하면서 일단 공약 자체로는 차별성을 찾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과연 두 후보의 공약이 선거 앞 구두선인지, 진정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PK 유권자들의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전날 ‘원전 최강국’을 주장하며 원전 육성 의지를 드러내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부울경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주목된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2030세대가 고향의 5060세대와 만나 어떤 민심의 파동을 만들어 낼지도 관심거리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