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세월이 ‘인간 중심에서 자연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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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과정

낙동강 하굿둑 준공 뒤 지난 35년은 생태계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이 얼마나 변했는가를 알 수 있는 기간이었다.

2400m의 낙동강 하굿둑은 국비 1573억 원을 들여 1987년 11월 준공됐다. 일부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여겨졌다. 하굿둑 완공으로 연 6억 4800만t의 용수 공급이 이뤄졌다. 수문을 통해 강의 염분도 관리됐고, 홍수 피해도 크게 줄었다. 하굿둑은 자연을 극복하고 발전을 이룬 상징이었다.

2010년 전후 생태계 관심 커져
낙동강 기수역 복원 움직임 시작
실증실험서 복원 가능성 입증돼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 중심 개발의 어두운 면이 나타났다. 낙동강 물이 하굿둑에 막히면서 생태계가 파괴됐고, 물고기가 폐사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 많던 갈대도, 재첩도 사라졌다. 4대강 사업과 겹치면서 녹조류 번식을 가중시키는 작용도 했다.

2010년 전후로 강 생태계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낙동강 기수역 복원 움직임이 시작됐다. 2012년 시민단체들이 기수역 복원을 부산시에 요구했고, 시도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환경부도 부산시의 요청에 따라 국고보조사업으로 기수역 조사를 수용했고, 이듬해부터 관련 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국토부가 “하굿둑 개방은 범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일”이라며 후속 절차를 중단했다.

결국 2015년 서병수 부산시장이 “2025년 하굿둑을 완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차원의 결정은 아니었지만, 지역 사회 내에서는 낙동강 하구 개방의 공감대가 커 이를 쟁점화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개발과 이익을 넘어, 친환경적이면서 쾌적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져 가던 시기였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대선 후보가 하굿둑 개방을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낙동강 하굿둑 개방 작업이 시작됐다. 2019년과 2020년 3차례 실증실험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4차례에 걸쳐 장기 수문 개방운영이 실시됐다.

대부분의 실험에서 어종의 다양화와 생태계 복원 가능성이 입증됐다. 염분 피해 가능성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 모든 결과가 하굿둑 개방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달 들어 본격적인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위한 행정 절차가 시작된 만큼, 다음 달이면 정부 차원의 상시 개방 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굿둑으로 강과 바다의 길이 막힌 지 35년 만이다.

김백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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