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44. 잇딴 화재?
이진원 교열부장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나 비슷한 곳에 있는 것들은 종종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헷갈림은 곧잘 실수로 연결된다. 사람살이에 군데군데 놓인 허방(땅바닥이 움푹 패어 빠지기 쉬운 구덩이)이라 할 만하다. 그런 허방엔, 글로 먹고사는 사람도 종종 빠진다.
‘혜성, 즉 별똥별을 천구(天狗)라고도 부른다.’
어느 신문 칼럼의 첫 문장인데, ‘혜성, 즉 별똥별’이 바로 허방에 빠진 표현이다. ‘혜성=별똥별’이 아니기 때문이다. 꼬리별·살별이라고도 하는 혜성은 일정한 주기에 따라 긴 타원이나 포물선에 가까운 궤도를 그리며 운행한다. 즉, 일정한 시기가 되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별인 것. 하지만 별똥별(유성)은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들어와 빛을 내며 떨어지는 작은 물체’다. 이때 대기와 마찰하면서 발생한 열에 타 버리거나 잔해가 땅에 떨어져 운석이 되는데, 이렇게 한 번 떨어지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것.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을 보자.
*천구(天狗): 재해(災害)의 징조로 나타난다고 하는 별. 혜성이나 큰 유성을 이른다. =요성.
그러니, 저 허방에 빠진 문장은 ‘혜성이나 별똥별을 천구(天狗)라고도 부른다’라야 옳았겠다. 물론 ‘혜성-별똥별’ 대신 한자말 ‘혜성-유성’이나 순우리말 ‘꼬리별-별똥별’로 짝을 맞췄으면 더 좋았을 터.
‘그는 선발로 시즌 첫 출전해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야구나 축구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인데, ‘첫 출전해’가 껄끄럽다. ‘출전하다’라는 동사 앞에 ‘첫’이라는 관형사가 놓였기 때문. 이 자리에는 ‘처음’이라는 명사가 와야 했다. ‘첫 출전이 마지막 출전이었다/처음 출전해 큰 공을 세웠다’처럼 써야 하는 것. 사실 따지고 보면 ‘첫 삽을 뜨다/처음 삽을 뜨다’가 헷갈릴 리가 없을 텐데, 묘하게도 이런 혼동이 가끔 보인다.
‘선거 유세장에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 )’
괄호 안에 들어갈 말로는 ‘①잇달았다. ②잇따랐다.’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을까. 사실은 이 문제도 일종의 허방이다. 답이 ‘둘 다’이기 때문이다. ‘잇달다/잇따르다’는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의 뒤를 이어 따르다. 또는 다른 물체에 이어지다’라는 뜻이나 ‘어떤 사건이나 행동 따위가 이어 발생하다’라는 뜻도 똑같다.(다만, ‘잇달다’에는 ‘이어서 달다’라는 뜻이 하나 더 있다. 그래서 고무줄이나 기차 따위를 ‘실제로 연결’할 때는 ‘잇달다’를 써야 한다.)
또 이라는 기사 제목에 나온 ‘잇딴’도 잘못이다. 잇따르다의 관형형은 ‘잇따른’이어서 ‘잇딴’이라는 표현은 절대로 나올 수 없다. jinwon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