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부산 청년들의 생활밀착형 블랙 코미디”
새 영화 ‘모라동’ 김진태 감독
부산의 지명이 들어간 새 영화 ‘모라동’이 제작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부산행’과 ‘해운대’를 잇는 화제작이 탄생될지 기대된다.
김진태 감독의 ‘모라동’은 부산영상위원회의 2021년도 ‘부산제작사 영화·(웹)드라마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2억 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은 작품이다. 부산영상위 측은 장편극영화 부문에 선정된 이 영화에 대해 “젊은 남녀의 사랑을 현실성 있게 표현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한 바 있다.
“어릴 적 살던 동네… 느낌 좋았다
지난해 촬영 마치고 내년쯤 개봉”
부산영상위 제작비 2억 원 지원
이동휘·한지은 배우 사투리 구사
김 감독은 부산영상위 지원금과 별도로 7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총 9억 원의 예산으로, 지난해 연말 촬영을 마쳤고 현재 편집이 진행되고 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부산 모라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활밀착형 재난 코미디”라며 “이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 개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주연은 이동휘·한지은 배우가 맡았다. 이동휘는 대학 시간강사로 건축가를 꿈꾸는 한선우 역을, 한지은은 자신만의 브랜드 카페를 갖고 싶은 바리스타 민우정 역을 연기한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이 민우정의 친구 강혜영 역을 맡았다.
영화는 비정규직 청년들이 결혼을 앞두고 맞닥뜨린 재난에 가까운 시련을 좌충우돌 코미디로 그려낸다. 청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현실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어찌 보면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한 독특한 설정이 관심을 끈다. 그러나 감독은 “아직까지는 영화의 스토리를 자세히 공개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동휘 배우는 영화 ‘공조’에서 조감독과 조연 배우로 만난 인연이 있습니다. 매니저를 통해 대본을 보내줬는데, 보자마자 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덕분에 후속 캐스팅도 쉬워졌죠.”
사상구 모라동이 배경인 만큼 영화 속 배우들은 모두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배우들은 영화 촬영 3개월 전부터 부산 출신 이정비 배우에게 사투리 수업을 받았다. 이번 영화에 직접 출연하는 이정비는 김 감독의 전작 ‘운동회’에 엄마 미순 역으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촬영이 끝날 때쯤엔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까지 사투리 억양을 쓰고 있더라”며 “부산 사람들이 들어도 90% 정도는 네이티브에 가깝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 제목은 왜 하필 모라동일까? “모라동이라는 지역명이 가진 신비로운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 지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무슨 말이지?’ 할 수도 있고요.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이기도 해 애정이 있는 동네입니다.”
이동휘 배우는 부산에서 영화 촬영을 하던 중 구조한 길고양이를 입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SNS에 “‘모라동’이라는 영화 촬영차 내려갔다가 구조해서 이름이 모라입니다”며 고양이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쓴 김 감독은 코로나 탓에 영화가 엎어질 뻔했다고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부산영상위의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마중물과 같은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촬영은 25회차로 최소화 했다. 빡빡한 일정 중에 예정일보다 빨리 첫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서 김 감독은 지난해 연말을 정신 없이 보냈다. 영화는 모라동뿐 아니라 학장동을 비롯한 사상구, 영도·해운대구 등 부산 전역에서 촬영됐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 촬영에도 애를 먹었다. 그는 “병실은 겨우 섭외해 촬영했는데,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도저히 촬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세트장에 가서 찍었다”며 “‘영화의 도시’라는 부산이 겉으로 보면 BIFF(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등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영화 제작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1984년 생인 김 감독은 동의대 영상정보대학원 영화영상학과 석사 출신이다. 단편 ‘형과 나’(2008년 부산독립영화제 우수상) ‘황혼의 질주’(2011년 코르티소니치 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론지난티 특별상) ‘대회전’(2013년 부산독립영화제 특별언급상·전북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연출했다. 2018년 개봉한 장편영화 ‘운동회’의 제작, 연출, 각본을 맡았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