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뚝심이 만든 ‘빌드업 축구’… “간다! 카타르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국민에게 설 연휴 선물을 안겼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룬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일 오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8차전에서 후반 김진수(전북 현대)의 선제 결승골과 권창훈의 추가골로 시리아를 2-0으로 제압했다. 최종예선 전적 6승 2무(승점 20)를 기록한 한국은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이날 아랍에미리트에 1-0으로 승리한 이란(7승 1무·승점 22)에 이어 조 2위를 유지했다. 남은 9·10차전에서 전패를 당하더라도 최소 조 2위는 확보한 상황이다. 조 3위 아랍에미리트는 승점 9(2승 3무 3패)에 머물러 9·10차전에서 전승을 거둬도 한국을 앞서긴 불가능해졌다.
시리아 2-0 꺾고 월드컵 본선행
10회 연속 진출 6개국에 불과
한국 제외 우승 경험 전통 강호
벤투식 패스워크·전방 압박
최종예선전 연속 무패행진 효과
본선 조추첨 유리 조1위 정조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조별리그 1·2위는 본선에 직행한다. 조 3위끼리는 플레이오프(PO)를 치른 뒤 승자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남미 예선 5위 팀과 카타르행 티켓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여야 한다.
카타르행을 조기 확정한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포함하면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첫 출전한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간 월드컵 본선과 인연이 없었던 한국은 1986년 대회부터 36년 동안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금까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나라는 210개 국제축구연맹(FIFA) 중 고작 5개국에 불과했다. 역대 최다 5회 우승국인 브라질이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 22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올랐다. 네 차례 우승국인 독일이 1954년부터 이번까지 18회(통산 20회), 역시 네 차례 정상에 오른 이탈리아가 14회(통산 18회) 본선에 진출했다.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가 13회(통산 18회), ‘무적함대’ 스페인이 12회(통산 16회)로 뒤를 잇는다. 이들 국가는 모두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강호들이다.
이 나라들에 이어 한국이 6번째로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지난 러시아 대회 우승국인 프랑스도 못 이룬 대기록이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통산 16회나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연속 출전은 7회가 최다 기록이다.
한국이 일찌감치 카타르행 티켓을 거머쥔 데에는 벤투 감독 특유의 ‘빌드업 축구’가 무르익은 효과가 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후 한국 사령탑에 오른 벤투 감독은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는 전술을 한국 대표팀에 꾸준히 입혔다. 그 성과가 월드컵 2차 예선 포함 시리아전까지 13경기 연속 무패행진(11승 3무)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터키 전지훈련 중 아이슬란드(5-1 승), 몰디브(4-0 승)와의 평가전과 이번 최종예선 레바논·시리아전을 통해 패스워크와 전방 압박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였다.
이제 벤투호는 최종예선 조 1위 등극을 정조준하고 있다. 벤투호는 내달 24일 이란을 홈으로 불러 9차전 맞대결을 펼쳐 조별리그 선두를 노린다. 한국이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하면 FIFA 랭킹 상승과 함께 본선 조추첨에서 좀 더 유리한 시드 배정을 받을 수 있다. 조추첨 결과에 따라 본선 16강 진출 가능성도 달라진다.
벤투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최종예선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6을 더 얻을 수 있다”며 “조 1위를 할 수 있는 기회이며, 목표는 이를 이뤄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