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오페라하우스와 퐁피두센터 분관
이자영 문화부 차장
부산항 북항이 부울경 메가시티의 새로운 문화 중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먼저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오는 2024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퐁피두센터의 분관을 유치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소식도 들린다. 분관의 예정지 또한 북항이다. 지역 문화계는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분관이 부산에 생긴다면 부산 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부산시민공원에는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부산국제아트센터가 건립되고 있다. 오는 2025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준 높은 공연·문화시설 확충을 통해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부산의 문화지형이 바뀔지 기대가 된다.
10만 명당 문화시설 전국 꼴찌 부산
새 공연장·세계적 미술관 유치 기대
최고 수준 거점시설 확보도 좋지만
예산 확보 전략·시민 공감대 마련을
우리나라 ‘제2의 도시’를 내세우는 부산. 이제는 그 자리마저 인천에 내주게 생겼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문화에 있어서는 그 지표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부산의 인구 10만 명당 문화 기반시설 숫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다. 지난해 11월 부산연구원이 발표한 ‘부산시 민간투자사업, 생활 SOC에 집중해야’라는 제목의 ‘BDI 정책 포커스’가 제시한 통계다. 문화 기반시설에는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문화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 최고 수준의 문화시설 몇 개 더 생긴다고 과연 상황이 나아질까 하는 의문도 든다. 얼마 전 만난 공연업계 관계자는 “A 문화회관은 공연장 음향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편인데, 피아노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며 “연주자들이 그 피아노로는 연주를 할 수 없다고 해 더 이상 A 회관에서는 공연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른 악기야 연주자가 들고 다닐 수 있지만, 그랜드피아노는 들고 다닐 수도 없지 않냐”며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열악한 건 이해하지만, 이래저래 공연할 장소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페라하우스만 해도 건립 예산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총 사업비 3050억 원 중 확보된 재원은 롯데그룹이 기부한 1000억 원뿐이다. 부산시는 수년째 북항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속 시원한 답을 받지 못했다. 현재 오페라하우스는 지방채를 발행해 건설 중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또 어떤가. 개관한 지 20년이 넘어 시설 노후화, 자동 항온항습 시스템 부재 등으로 운영에 애로를 겪고 있다. 2020년에는 누수로 작품이 부풀어 오르는 등 전시에도 문제가 발생해 논란을 빚었다. 내년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는데, 총사업비만 26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존 시설의 운영·관리, 예산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는 마당에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를 내세우는 부산시가 못미더운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산시는 북항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나. 문화균형발전을 내세운 지역의 목소리는 묻히고, 서울에 가칭 ‘이건희 기증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최소한의 공모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 행정과 수도권 일극주의에 있다.
그럼에도 부산시의 전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오페라하우스 건립비도, 이건희 기증관도 따내지 못한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미 국내에서도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2014년에는 새만금에, 2016년에는 서울에 분관 유치를 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를 위한 용역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9년에 퐁피두센터를 유치한 중국 상하이 예술특구 웨스트 번드 측은 건축비나 임대료는 물론이고, 매년 약 35억 원에 달하는 전시기획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시의 실질적인 예산 확보 방안과 함께 서울, 인천을 넘는 구체적 유치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1988년 대극장 준공을 시작으로, 1993년 전관을 개관한 부산문화회관은 오페라하우스와 국제아트센터 개관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새 공연장으로 관객이 쏠릴 것을 우려해서다. 부산시가 올 상반기 부산연구원을 통해 ‘공연장별 특성화 운영 방안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전문 공연장 건립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집 가까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동네 작은 문화공간까지 활성화 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