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보’에 공치사 바쁜 여당 시장-야당 국회의원
경남 거제시 숙원인 ‘대전~통영 고속도로 연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8일 2025년까지 추진할 제2차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통영~거제 구간’을 포함시킨 것이다.
하지만 ‘중점사업’이 아닌 ‘일반사업’으로 분류돼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여당 시장과 야당 국회의원이 엉뚱한 ‘예타’ 공방에 헛심을 빼고 있다. 가뜩이나 과도한 ‘공치사’로 눈총을 산 유력 정치인 간 갑론을박을 두고 볼썽사납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제시 숙원 통영~거제 고속도
국토부 계획 포함에 엉뚱한 공방
서일준 의원 “시 노력 부족” 지적
시는 “사실 왜곡 유감” 반박 자료
단초는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지난달 28일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서 의원은 이날 국토부 도로정책심위원회가 확정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토대로 “근 20년간 숙원으로 남았던 고속도로 거제 연장이 국토부 사업으로 재확정돼 추진이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 사업은 왕복 4차로 30.5km 고속도로를 통영 용남면에서 거제 연초면까지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거제시는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개통된 2005년부터 이 구간 신설을 요구했지만,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부족해 번번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25만 거제시민은 물론 거제를 찾는 연간 700여만 명의 관광객이 유일한 연결 도로인 국도 14호선에 몰리면서 주말이나 연휴 때마다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2017년 ‘제1차 5개년 계획’에 포함돼 가시화하는 듯했지만, 시급성이 낮아 후순위로 밀렸다.
서 의원은 “그동안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국토부 장관 등을 상대로 지속해서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명절을 앞두고 기쁜 소식을 전하게 돼 보람이 크다”며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예비타당성검토를 요청해 우선 사업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다음 부분이다. 서 의원은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적·정책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인 예타는 결정적으로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서 “거제시는 그간 예타 신청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거제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시는 설 명절 연휴인 지난달 30일과 31일 연거푸 보도자료를 내고 “서일준 의원 측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거제시에 따르면 예타 대상은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 국가재정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건설사업이다. 해당 부처의 장이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요구할 수 있다. 지자체는 신청 자격도, 절차도 없다는 설명이다. 시는 “아니면 말고 식의 언론플레이는 혼선만 가중하고 공직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적절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거제시는 2019년부터 청와대, 국회,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를 찾아 고속도로 연장을 지속해서 건의했다”면서 “통영시, 고성군과도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전달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펴 왔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1차 계획에서 23순위로 밀렸던 사업이 이번에 상위권에 포함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예타 통과보다는 예타 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부울경 메가시티, 가덕신공항,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선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급증 등 다양한 여건 변화를 내세워 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소모적 논쟁을 지켜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지역 현안에 대해선 여야를 가리지 않겠다더니,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라며 “진정 지역을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정쟁이 아닌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