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출도, 무역 적자도 사상 최대… 빛 바랜 수출 신기록
우리나라 수출이 1월에 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석유 등 에너지 수입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1월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이례적 현상이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1월 수출은 지난해 1월에 비해 15.2% 증가한 553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며 “지난해 1월에도 수출이 11.4%가 늘었는데 이번에도 기저효과를 넘어서는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또 수입은 35.5% 늘어난 602억 1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48억 9000만 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수출 553억 2000만 달러 달성
반도체·석유화학 등이 성장 견인
수입 602억 1000만 달러 기록
49억 달러 적자… 2개월 연속
원유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 원인
수출은 1월 최초로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1월 중 최고치를 달성했는데 하루 평균 수출(25억 1000만 달러)도 1월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기존에 1월 수출 최고치는 2018년 1월에 달성한 492억 달러였다.
우리나라 수출을 주요 15대 품목으로 나누면 선박을 제외한 14개 품목이 증가했다. 특히 수출 3대 품목인 반도체·석유화학·일반기계는 모두 두 자릿수 성장하면서 각각 역대 1월 중 최대 규모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수출 단가 상승과 함께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면서 석유제품(88.4%), 철강(50.1%)도 1월의 수출증가세를 견인했다. 선박 수출은 7억 7000만 달러로 77.9%가 감소했다. 선박은 지난해 1월에 수출이 급증한데 따른 기저효과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수출은 견조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증가한 것이 1월 무역적자의 주요인이다. 1월의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은 159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90억 6000만 달러가 늘어났다. 48억 9000만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는 2008년 1월(40억 4000만 달러)를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산업부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각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12월까지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프랑스와 미국도 11월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3대 에너지원 수입이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까지 증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과거 위기 당시에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가운데 적자가 발생해 수출이 장기 둔화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지만, 최근의 적자는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입 증가율의 상대적 강세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분간 에너지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환율도 고공행진하고 있는 점은 걱정되는 문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국 경기가 침체하면 대중 수출이 줄어들 수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수출 금액이 많이 늘었지만 이는 물량 증가보다 주로 수출 단가 상승에 기인한 것이어서 너무 낙관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