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보고 지지 바꿀 수 있다”… TV 앞 시소 타는 ‘2030 표심’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2강(이재명·윤석열) 1중(안철수)’ 구도가 균열 없이 이어진다. ‘비대면 설 연휴’도 대선 민심을 요동치게 할 특별한 이벤트 없이 지나간 모습이다. 이에 마지막 남은 ‘입심 대결’이 대선 결과를 가르는 최대 변수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토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설 연휴에 추진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자토론이 불을 댕겼다. 자료 지참 유무 등 토론 방식을 둘러싸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더니 결국 토론이 불발됐다. 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양자토론에 크게 반발하는 등 토론이 대선정국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2일에는 이재명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간 양자토론이 진행됐으며, 3일에는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후보 간 4자 TV토론이 예정돼 있다.
후보자 토론 ‘20~30대’ 가장 민감
18~29세 44.6, 30대 51.1% 달해
토론 내용 SNS 파급 효과도 막대각 후보, 부동층 잡는 기회에 총력
대선 토론은 특히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초접전 구도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유권자로서는 각종 리스크에 뒤덮인 양 후보의 도덕성과 포퓰리즘으로 지적받는 각종 공약을 검증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정책 등 최대 현안을 둘러싼 맞대결도 볼거리다. 탈원전, 균형발전 등 지역에 민감한 이슈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 토론이 대선 표심을 적잖이 흔들 수 있다.
실제 KBS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9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를 실시한 결과 지지후보가 있는 응답자의 31.6%가 TV토론 결과에 따라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지지후보가 없는 응답자는 절반 이상(56.8%)이 TV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히 토론은 이번 대선의 스윙보터로 꼽히는 2030세대의 표심을 가를 수 있다. 토론 내용이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갈 수 있고, 특정 이슈에 대한 토론 장면이나 말실수가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이나 쇼츠(짧은 영상)로 재생산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대선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2030세대의 약 30%에 달하는 중도층이 이 같은 SNS 콘텐츠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앞서 인기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 인터뷰가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후보들의 영상 조회수가 총 1300만 회를 넘어서며 크게 흥행했으며,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나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평받은 후보의 2030 지지율이 올라가기도 했다. KBS·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TV토론에 따라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 응답자 비율은 2030세대가 가장 높았다. 18~29세가 44.6%, 30대가 51.1%로 나타났다.
TV토론은 과거에도 대선 결과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치러진 15대 대선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경제 분야 토론에서 세부 수치 등을 내세운 논리적 언변으로 주목을 받았다. 고 이희호 여사는 “남편의 대통령 당선은 TV토론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등 타 후보의 맹공을 받았지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2007년 대선 등 지지율 격차가 컸던 선거는 TV토론이 흥행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접전 상황에서는 첫 토론에서 형성되는 후보 이미지가 부동층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