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확장 반대” 시진핑·푸틴 공동성명… 중·러 ‘신밀월’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보란 듯이 정상회담을 통해 의기투합했다. 초밀착 관계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현안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크렘린궁 보도문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 조어대에서 정상회담한 뒤 공동성명을 내놨다. 이들은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겨냥해 “직·간접적으로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목표를 추구하고 대립과 대결을 부추기고 국제안보 분야 질서와 글로벌 전략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나토의 추가 확장에 반대하며, 나토가 냉전 시절의 이데올로기화된 접근법을 포기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공동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정상회담
우크라 관련 공동전선 구축 의지
굵직한 에너지 계약 체결하기도
미국 하원, 중국 견제 법안 가결
더불어 양국은 미국 주도로 결성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IPEF)을 겨낭하듯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안보 블록과 적대적인 진영을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의 세균전 프로그램 가동, 지상 중단거리미사일 배치 추진 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와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굵직한 에너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가스 기업 가스프롬은 4일 보도문을 내고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와 연 100억 ㎥ 규모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극동 지역 가스관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계약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는 30년짜리 계약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중·러의 경제 밀착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는 미국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며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르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중국과 미국 간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치하는 가운데서도 중국 견제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은 데 이어 인도태평양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조만간 일본, 호주, 인도와 ‘쿼드’(Quad) 외교장관회담을 연다. 미 하원은 올림픽 개막에 맞춰 반덤핑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대중견제법안을 가결 처리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법안 시행을 두고 “중국과 맞서기 위해 미국이 취하는 가장 광범위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라 열린 유엔안보리는 미중 갈등 속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끝났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영국·프랑스·일본 등 8개국 대사와 함께 “이번 불법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공동성명을 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그들(미국)이 새 돌파구를 찾기 원한다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며, 더 매력적이고 실용적이며 유연한 접근을 보여줘야 한다”며 오히려 미국 책임론을 주장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