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남 도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헌혈로 나눔 실천 최정욱 씨
“헌혈은 남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매년 학생 헌혈자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때 혈액 보유량은 비상이 걸린다. 전체 헌혈자의 절반 이상이 16~29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헌혈의집을 찾는 발걸음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말 보건복지부가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해 헌혈을 독려한 뒤 일일 적혈구제제 보유량이 6~7일분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수 개월 지난 현재 혈액 부족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혈소판혈장헌혈 총 24번
4년 전 금연 다짐으로 헌혈 일상생활
많은 사람들이 더 동참하기를 기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일일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3.6일분으로 관심 단계로 혈액 수급에 부족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성분헌혈로 얻을 수 있는 농축혈소판 보유량은 0.6일분에 불과하다.
혈액 부족 사태에도 꾸준히 헌혈에 나서 나눔을 실천한 사람이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화장품 관련 프리랜서로 일하는 최정욱(50) 씨는 지난해 혈소판혈장헌혈을 총 24번 했다. 혈소판혈장헌혈은 2주에 한 번만 가능한데, 최 씨는 지난해 매달 두 번씩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헌혈을 한 것이다.
혈소판혈장헌혈은 성분채혈기를 이용해 혈소판과 혈장 성분을 채혈하고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의 성분헌혈이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채혈 시간만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일반 전혈헌혈은 10분 정도면 끝나고, 2달에 한 번 가능하다.
최 씨는 “2주에 한 번 꾸준히 헌혈의 집에 방문해서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을 하고 있다”며 “헌혈을 받고 나면 그 다음번 헌혈일을 지정해 예약을 꼭 해놓고 간다”고 말했다. 또 “전혈헌혈을 할 수도 있지만,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혈액에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아야 한다고 알고 있다. 내 혈액에 수치가 높은 편이라 성분헌혈이 가능하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일반적인 전혈헌혈이 아니라 헌혈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리는 성분헌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은 혈액암 환자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성분헌혈은 일명 ‘가성비가 높은’ 헌혈로도 알려져 있는데, 한 사람에게 수혈하는 혈소판 양을 채우려면 전혈헌혈 6개 단위를 사용해야 한다. 대신, 성분헌혈을 하면 전혈헌혈 6개 단위 몫을 한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다. 대신 유효기간이 5일로 짧은 편이라 긴급 사용 요청이 들어오면 헌혈자를 찾아 수혈을 하기도 한다.
최 씨가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4년 전 금연을 다짐하면서 부터다. 최 씨는 “원래는 담배도 많이 피우고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았는데, 금연을 시작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 주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몸이 건강한 편이라 남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인 헌혈을 택했다. 이제 한 달에 두 번 헌혈의집을 찾는 게 일상생활이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장기화되는 혈액 부족에 대해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지난해 말 부산 해운대구 헌혈의 집에 2021년 마지막 헌혈을 하러갔던 최 씨는 헌혈침대가 모두 사용 중인 것을 보고 사뭇 놀란 표정을 지었다. 최 씨는 많은 사람이 헌혈로 나눔을 실천하길 바란다는 소망도 비쳤다.
최 씨는 “이렇게 대여섯 명씩 헌혈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늘 헌혈하러 올 때마다 혼자 누워 있거나 한두 명 더 있었던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헌혈을 자주 하러 오는 입장에서 혈액 부족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애타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