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역대급 이익에 성과급 잔치… ‘영끌’‘빚투’의 그늘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계속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의 영향이다. 이자, 수수료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금융사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지만, 큰 폭의 예대마진으로 서민을 쥐어짠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4대 금융지주 지난해 14조 순익
전년도보다 33% 증가, 역대 최고
이자·수수료 등으로 쉬운 돈벌이
기본급 200~300% 성과급 결정
미래에셋 등 증권사도 배당 확대
당국, 예대마진 폭리 방지법 발의
6일 금융권과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총 14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대비 33%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4대 금융지주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총 20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들이 이처럼 높은 실적을 거둔 배경으로는 ‘이자수익 증대’가 꼽히고 있다. 작년 1∼3분기 누적 기준 4대 금융그룹의 순이자이익은 26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 원(13%)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증권사들도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0년 증권사 최초로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미래에셋증권은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원대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01%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485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조 원대를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잠정 실적 기준으로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2% 증가한 1조 3167억 원, 삼성증권은 93.4% 늘어난 1조 3111억 원이다.
역대급 실적을 올린 금융사들은 성과급 잔치와 배당 잔치에 나섰다. 시중은행의 경우 우리은행 노사는 ‘기본급 200%의 경영성과급 지급’ 등에 합의했다. KB국민은행도 월 통상임금(기본급 개념)의 300%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기본급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증권사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배당 확대에 나섰다.
‘이자 장사’와 ‘수수료 장사’로 수익을 올린 금융사들이 성과급과 배당을 늘리는 데 대해선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은행의 경우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올린 반면 예금 금리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올렸다는 지적이 나와 성과급 잔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확대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고 정치권에서도 예대금리차 폭리를 막는 법안이 최근 발의되는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