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분 푼다는데… 자가검사키트 구매 대란 풀릴까
“돈 주고도 자가검사키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네요.”
회사원 김 모(38) 씨는 설 연휴 이후 출근을 앞두고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구하러 동네 약국부터 편의점까지 10여 곳을 헤매다 다급한 마음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직장동료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자가진단을 해보려 했지만 검사키트는 모두 ‘품절’이었다. 김 씨는 커뮤니티에서 알려준 물량이 남아 있다던 먼 약국에 가서야 검사키트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혹 양성일 경우 함께 사는 가족과 당장 떨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다음 날까지 기다리면 늦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자가검사키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자가검사키트는 개인이 자택 등에서 쉽고 빠르게 코로나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검사체계가 고위험군 우선 PCR(유전자 증폭) 검사 등으로 바뀌면서 선별진료소에 가도 바로 PCR 검사를 받기 어렵게 되자 자체적으로 간이검사를 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 검사체계 바꾸면서 ‘품절’
약국·편의점 발품 팔아도 허사
온라인선 바가지 상술도 ‘활개’
방역당국 “이번 주 공급 확대”
선별진료소서 무료 검사 가능
6일 취재진이 찾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약국. 약국 출입문 앞에는 ‘자가검사키트 없음’ 문구가 걸려 있었다. 이 모(46) 약사는 “오미크론 확산세 이후 자가검사키트가 순식간에 모두 팔려나가고 지금은 주문도 어렵다”며 “어제 하루에만 자가검사키트 재고가 있는지 문의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쏟아지는 주문 문의에 자가검사키트를 100개 이상 미리 주문해 놓았다. 그는 “주문을 해도 100개 다 받을 수 있을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 편의점 곳곳에서도 자가검사키트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취재진이 이날 한 편의점 브랜드 앱을 통해 매장 내 자감검사키트 재고 현황을 조회해 보니 부산진구 내 이 브랜드 매장 116곳 전체에 재고가 하나도 없다고 나왔다.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45) 씨는 “선별진료소를 운영하지 않는 주말이나 오후 시간대에 사람이 몰려와 자가검사키트를 한 번에 두세 개씩 사간다”며 “지금도 키트 구매 문의가 계속 오는데 물량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품귀현상이 계속되면 2020년도 마스크 대란처럼 자가검사키트도 구매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일부 약국에서는 1회분에 9000원 수준이던 키트 가격이 1만 원 넘는 가격으로 팔리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배 가격으로 같은 제품을 파는 업체도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정 모(31) 씨는 “주변에서 살 수 있는 곳이 하도 없어 온라인에서 사려 했더니 2회분에 4만 원을 웃돌아 포기했다”며 “점점 가격이 오를 것 같아 동네 약국에 물량이 풀리면 최대한 많이 사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 수요와 가격이 치솟으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자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 공급 확대 방침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1000만 명 분량의 자가검사키트 분량을 6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에 공급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검사키트를 공급할 예정이고 선별진료소 등에서 무료 검사도 가능한 만큼 자가검사키트를 과다하게 미리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변은샘·김동우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