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최면을 벗어나라… 뮤지컬로 만나는 ‘미스쥴리’
삶의 최면에 잠식된 이들에게 존재의 위치를 묻는다.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미스쥴리’를 뮤지컬로 다시 만난다. 가마골소극장은 올해 첫 기획전으로 스트린드베리 서거 110주년 기념 공연을 가진다. 극단 가마골이 제작한 뮤지컬 ‘미스쥴리’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기장군 일광면 가마골소극장에서 개최된다. 이 작품은 스트린드베리의 대표작을 뮤지컬로 각색했다.
스트린드베리 110주기 기념
가마골소극장 올해 첫 기획전
‘삶의 주인되기 위한 선택’ 질문
스웨덴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스트린드베리는 화가로도 활동했다. ‘미스쥴리’는 한 인간을 결정하는 요소는 인간과 사회와의 갈등, 자신과 가족에의 의무감, 유전과 환경의 지배 등 여러 가지라는 것을 표현한다. ‘나’라는 존재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허상이 아닌 주인으로 살기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스웨덴 하지 축제에서 하인들과 어울리던 백작의 딸 쥴리는 하인 장을 유혹해 관계를 가진다. 장은 이것을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겨 함께 도망갈 것을 제안한다. 쥴리는 애정의 도피에 대한 환상에 빠지는데, 장의 약혼자 크리스틴이 나타나며 현실 감각을 되찾는다.
극 중 등장인물은 모두 자기가 자기 삶에 걸어놓은 최면에 빠져 살아간다. ‘계급도 성별도 벗어나, 인간은 평등하다’는 쥴리의 최면. ‘지금의 나는 아직 내가 아니며, 언젠가 나의 모든 것이 발현된 날 나는 특별해질 것이다’라는 장의 최면. ‘이 모든 것에 만족하고 나는 행복하다’는 크리스틴의 최면. 이들은 모두 망상과 최면의 희생양이다. 스트린드베리는 이 작품에서 ‘자기를 통찰할 능력이 없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낸다.
‘미스쥴리’는 최면 상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꿈을 노래로 전달한다. 연출가 이채경은 “초연을 한 지 10년 만에 다시 ‘미스쥴리’를 선보인다”며 “뮤지컬에서 음악과 말은 최면과 인식, 허구와 실재로 구분되어 사용된다”고 소개했다.
뮤지컬 ‘미스쥴리’에는 김수빈, 이현준, 황혜림이 출연한다. 18일 오후 7시 30분, 19~20일 오후 4시 공연. 관람료 3만 원. 051-723-0568.
오금아 기자 ch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