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복(韓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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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에 보물을 도둑질당하고도 도둑에게 입도 뻥긋 못하는 한심한 정부다.” 국민의당이 최근 정부를 향해 내놓은 비판의 목소리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소수민족 대표 가운데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등장하자 이 같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문체위원들은 “정부는 친중 굴종외교를 당장 중단하고, 강력한 항의 조치와 IOC에 대한 유감 표명을 즉각 시행하라”라는 단체성명을 냈다. 그동안 일부 중국 인사들이 한복이 중국의 한푸(漢服)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중국이 한국 문화를 자기네 것이라 우겨 온 ‘문화 공정’에 있다.

한복(韓服)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옷은 유행에 따라 변하고, 외국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복도 시대에 따라 변해 온 다양한 전통의상을 모두 포함한다. 한·중·일의 의상이 보여 주는 차이와 유사점은 흥미롭다. 중국은 옷을 몸에 딱 맞게 붙여 신체미를 강조한다. 반면에 한복은 넉넉하고 풍성하다. “조선의 바지 한 벌로 청(靑)의 바지 두 벌은 만들 수 있다”라고 할 정도였다. 삼국시대 한복은 당시 기모노와 거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했다고 한다. 가야와 백제가 아스카 시대 기모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모노가 한국 것이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여학생들이 졸업식에서 한복을 입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모습으로 유세를 하곤 했다. 명절에도 한복 입은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코로나로 한복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청와대 국무회의의 모습은 신선했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 모두가 한복을 입고 등장해서다. 앞으로 명절뿐만 아니라 삼일절, 광복절, 한글날, 개천절, 심지어 크리스마스까지 전통의 한복 차림을 확대하면 누가 봐도 근사할 것 같다.

한류의 선구자격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곧 중국에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엄청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최종 목표는 중국의 할리우드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한복(Hanbok)이 포함되었다. 한국은 떠오르는 문화 강국이다. 잘못은 따지면서도 실리를 생각하자. 한복 많이 입고 자주 입는 게 상책 아닐까….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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