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빚투’… 부산 아파트 최대 매수 세력은 30대였다
# 부산의 한 직장을 다니는 김 모(30) 씨는 지난해 10월 급하게 집을 구입했다. 금융당국에서 대출을 규제하면서 좀 더 있으면 대출받기가 여의치 않아진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은행에서 보금자리론과 신용대출 등 가능한 대출을 모두 끌어서 연제구의 한 아파트를 구입했다. 내집 마련에 성공해 안심은 됐지만 앞으로 빚을 갚아 나갈 걱정과 혹시라도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 주변에서는 “대출 갚는 것이 저축이라고 생각하라”며 격려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 최대 매수세력은 30대 젊은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족으로 불리는 2030세대(20대 이하 포함)의 아파트 매입은 전체 부산 아파트 거래의 30%에 달했다.
한국부동산원 지난해 분석 결과
전체 매매 건수의 24.3%로 집계
2030세대, 전국 매입 비중도 31%
집값 계속 오르자 ‘패닉바잉’ 나서
가격 급락 땐 대출 부담 등 커질 듯
이들은 집을 사기에 돈이 부족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거나 전세를 끼고 주택구입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는 데다 올해 금리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
7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평균 31%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은 2030세대의 비중이 41.7%에 달해 전국에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산은 10명 중 3명이 2030세대였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20대(20대 이하 포함)가 2539호(5.7%), 30대가 1만 893호(24.3%)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이는 전체 아파트 매매건수(4만 4809호)의 30%다.
특히 30대의 아파트 매입건수는 40대(1만 777호)를 넘어 연령대별로 최고를 기록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30대라면 사회생활 초·중반기로 아직 순수하게 자신의 저축만으로 주택을 구입하기가 어려운 나이인데, 주변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을 보면서 ‘패닉바잉’에 나선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아파트 매매가 가장 많았던 곳은 사하구로 모두 5250호가 거래됐다. 이 지역은 40대(1178호)와 50대(1120호)의 매입건수가 30대(1051호)보다 많았다.
그러나 아파트 매매가 4987호로 두 번째 많았던 해운대는 30대가 1482호를 매입해 40대(1244호)를 껑충 뛰어넘었다. 해운대에서 2030세대는 모두 1830호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기장군에서는 4882호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는데 40대(1657호)의 매입건수가 30대(1117호)를 앞섰다. 북구에서는 30대가 1034호, 부산진구에서도 30대가 1035호를 매입해 연령대별 중에서 가장 매입건수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국의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시작되면서 2030세대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산의 경우 지난주 주간 아파트 가격이 0.01% 상승한 것으로 나왔지만 실거래에서는 하락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거래도 지난해 5월엔 5009호에 이르렀으나 12월에는 1948호로 연말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한편 지난해 부산에서는 아파트를 포함해 전체 주택 매매거래가 6만 2536건이 있었다. 이 가운데 2030세대는 주택구입이 1만 7599건에 달해 전체의 28.1%에 달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은 약세로 돌아섰는데 최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영끌족·빚투족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당장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무리한 투자는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