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직전 시속 74km' 수영팔도시장 사망 교통사고 운전자 검찰 송치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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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오후 1시 10분께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에서 80대 운전자 A 씨가 몰던 차량이 행인에게 돌진해 60대 여성과 유모차에 탄 손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1시 10분께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에서 80대 운전자 A 씨가 몰던 차량이 행인에게 돌진해 60대 여성과 유모차에 탄 손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할머니와 손녀의 목숨을 앗아간 수영팔도시장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운전자의 차량 조작 과실로 결론을 내렸다. 사고를 낸 80대 운전자의 차량 오작동 여부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 이후 전통시장에 노인보호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지만, 상인 반발에 대한 설득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해서 반납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부산연제경찰서는 수영팔도시장에서 사고를 내 60대 행인과 손녀를 사망하게 한 80대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1시 10분께 80대 운전자 A 씨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수영팔도시장 입구에 주차된 차량과 전동카트를 들이받은 뒤 지나가던 행인을 덮쳤다. A 씨는 차량 조작 과실로 60대 여성과 유모차에 타고 있던 생후 18개월 손녀를 치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사고 당시 차량 급발진과 브레이크 오작동을 주장했지만, 경찰이 국과수에 당시 사고 영상과 차량 기록을 보내 감정을 의뢰한 결과 제동장치에서 작동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급발진 여부에 대해서는 엔진이 불에 타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이 사고 당시 인근에 주차돼있던 차량 블랙박스와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충돌 전 A 씨 차량의 속도는 시속 74.1km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장소는 차량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구간이었다.

경찰은 A 씨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승용차 돌진으로 60대 할머니와 18개월 손녀가 함께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 입구에서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꽃다발, 간식, 쪽지 등을 남기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일보DB 승용차 돌진으로 60대 할머니와 18개월 손녀가 함께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 입구에서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꽃다발, 간식, 쪽지 등을 남기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일보DB

사고 이후 전통시장 인근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례가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시장 상인 반발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실정이다. 지난달 26일 부산시의회는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해 전통시장 주변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했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거리에 불법 주정차를 하면 기존 과태료의 배가 부과되는 등 부담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트럭으로 물건을 싣고 내리는 상인들은 난색을 표한다. 부전상가 김재섭 상인회장은 “물건 내리는 일만 30분이 걸린다. 시장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부산진구청은 부전동 부전시장 옆 부전지구대부터 부전새청과시장까지 이어지는 약 500m 거리에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잦다는 이유로 횡단보도 3개를 설치하려 했지만, 현장 상인들 반발이 심각한 탓에 1개만 설치하고 철수했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횡단보도 설치도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어 철수했는데,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하려 하면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지정하더라도 상인 설득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영구청은 사고 이후 수영구 소재 전통시장 5곳에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 시설물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노인보호구역 지정은 검토 단계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조례가 제정돼 부산시에 노인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해둔 상황이다”면서도 “노인보호구역의 효과는 속력 제한, 과태료 증액 등이 있는데 이미 대부분 전통시장은 이면도로라 시속 30km가 적용되고 있다. 상인 반발에 대한 설득 과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령운전자가 운전대를 놓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나 운전 교육을 강화해 이 같은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부산시 공공교통정책과 관계자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인센티브를 높여 자진반납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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