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도 휴전 없는 ‘미·중 패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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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Quad, 미국·인도·호주·일본)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호주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0일 멜버른에서 열린 보건 안보 파트너심 원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대만·북핵 등을 둘러싸고 또다시 정면으로 맞붙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전 세계의 ‘올림픽 휴전’에도 불구하고 패권 전쟁의 당사자인 미·중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미, 중 기업 제재·대만에 무기판매
11일 ‘쿼드’ 외교장관회담 개최
중, 러와 정상회담 후 나토 비판
북한 사태엔 미국 제재 완화 요구
각국 ‘빅2 갈등’ 불똥에 촉각

미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중국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기업 33곳을 수출 통제 대상인 ‘미검증 리스트’에 올렸다. 이중에는 중국의 핵심 기업인 상하이마이크로일로트로닉스도 포함됐다. 더불어 미국 국방부는 같은 날 1억 달러(약 1200억 원) 규모의 패트리엇 미사일 프로젝트 서비스를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만에 판매하는 방안을 전격 승인했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두 가지 사안을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이 미국 제품, 에너지 구매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관세 조사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은 또 11일 인도·태평양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 ‘쿼드’(Quad) 외교장관회담을 연다. 12일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북 미사일 등을 논의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러시아와 갈등을 겪는 와중에도 대중 견제 행보에 힘쓰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중국 신장 인권 문제를 이유로 들어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관계자를 파견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중국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의 조치에 맞서 중국도 반미 밀월 체제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7일 미국, 유럽과 핵합의 복원 협의를 벌이고 있는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며 “이란의 정당한 권익이 각 측에서 충분히 중시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베이징 조어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겨냥한 비판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를 지지하는 한편 미국 주도로 결성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란, 러시아 등 반미 국가들과 공조 체제를 다져 미국의 대중 압박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른 북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중국은 미국과 철저히 반대편에 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북한이 중국 접경지인 자강도 회중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를 운용한다는 미 싱크탱크의 분석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근원은 북한이 장기간 안보 위협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부응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달 7차례의 각종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무력 시위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이전과 달리 북한 사태에 대해 미국의 책임과 제재 완화를 명확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승훈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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