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 경영, 일류로 가는 길에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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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복 부산대 경영대 교수· 사회적기업연구원 이사장

두 번 만나는 시간은 없고, 황하의 강물은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로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그 변화는 되돌리기 어렵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은 물론이지만 국가와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미리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한 국가와 사회는 지속가능했으며 그렇지 못한 나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근대화에 뒤쳐져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100년 전의 경술국치를 생각하면 뼈저리게 다가올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뉴욕과 파리에서 어제 본 상품은 오늘 중국산 제품으로 아마존을 통해 판매된다. 많은 자본이 필요한 생산설비를 소유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고, 판매 또한 온라인 플랫폼에 매장을 자유자재로 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소유에서 접속’으로의 변화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이 없는 ‘프로슈머’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변화에 응한 자는 지속가능했으며, 그렇지 못한 자는 세상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기업경영에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지금의 거센 물결은 이미 오래 전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 말이다. ESG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역사가 오래되었다. 금세기 초, 지금의 세상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선량한 인류의 자각에서 비롯된 ‘No More(이제 그만)’ 운동과,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삶을 생각하자는 ‘Me to We(나보다는 우리)’는 지금의 ESG와 개념을 같이한다. 이는 착한 것이 경쟁력의 원천임을 의미한다.

ESG는 환경(E), 사회(S), 지배(G)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자 새로운 해석이고 지표이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달성하여야만 하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의 표현이다.

사실 그동안 기업의 성과는 매출액, 영업이익, 자금의 안정성과 같이 재무적이고 경제적인 가치로 평가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주주들이 독점적으로 이익을 누려도 GDP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 성과가 우수한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아 온 것이다.

그러나 ESG는 경제적인 성과보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E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고, S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웃의 중요함을, 그리고 G는 돈을 투자한 주주와 더불어 이해관계자도 주인임을 아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자산운영사인 블랙록(BlackRock)을 비롯한 2000여 개의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환경과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 차원에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책임투자원칙을 현실화하고 있다. 투자와 돈의 흐름이 경제적 이익에서 사회적 가치로 바뀌고 있다. 착한 기업이 아니라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ESG로의 전환은 경영자의 수익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법인인 기업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기업시민이어야 하며, 자연인인 경영자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세계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세계시민의식이 충만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최근 구성된 우리나라 일류병원의 ESG위원회는 머지않아 비영리기관을 비롯한 모든 조직에도 ESG경영이 필요하게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ESG경영은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이 없듯이,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머지않아 ESG는 기업의 경영전략이 아닌 모든 조직과 개인의 의사결정 기준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착한 투자, 착한 기업, 착한 소비가 일류가 되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거센 물결,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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