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 정부 적폐 몰이, 윤 후보 정권 잡았다 착각하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전(前)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밝혀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는)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면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대선을 앞두고 ‘중립’을 지켜 온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지만, 야권 대선 후보가 ‘집권 후 적폐 수사’를 공언한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정 비전과 정책을 앞세워도 모자랄 대선판에 정치 보복 인상의 진중하지 못한 발언을 하다니 이러고도 대선 후보라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 대통령도 윤 후보 발언 사과 요구
진영 갈등 부추겨선 통합 정치 못 해
윤 후보의 발언은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하면서 나왔다. 윤 후보는 또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도 했다. 현 정부를 적폐 수사 대상으로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왜 A 검사장을 무서워하나.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발언 맥락상 A 검사장은 한동훈 검사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인사 예고도 전례 없는 일이지만 윤 후보는 이미 정권을 잡은 것으로 착각하나 싶을 정도다.
윤 후보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두환 미화’ 발언을 비롯해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는가 하면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저소득층을 비하했으며, ‘주 120시간 노동’ 등 노동 현실과 청년의 고단한 삶을 모르는 실언을 반복했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선 북핵 미사일에 대한 대응으로 ‘선제 타격’이라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내놨고, 지난 7일 인터뷰에선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해 논란을 빚었다.
백번 양보해서 앞선 문제의 발언들이 윤 후보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정치 신인이어서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번 발언 배경이 된 수사 분야는 윤 후보의 ‘전공’이 아니던가. 그러니 더 위험천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역대급 비호감 선거에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 공화국’ 우려가 높은데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적폐청산을 예고하는 것은 심각한 진영 갈등만 악화시킬 뿐이다. 야당이 ‘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하기에 앞서 윤 후보 자신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 없다. 국가를 분열시키고 적대적 정치를 심화시키는 위험한 발언은 극도로 삼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