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특별함만이 역사가 아니라 일상사가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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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 개릿 라이언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펠로폰네소스전쟁사>, <아이네이스> 등은 고대 그리스(헬라스)와 로마의 고전들이다. 이 작품들을 통해 수천 년 전 살았던 고대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이 어떤 고난을 겪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짐작 이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옛날의 일과 사상을 지금까지 전해준 문자의 소중함도 새삼 절감한다.

하지만 그러한 역사에 큰 공백이 있다는 허전함은 가시지 않는다. 역사가 신과 영웅, 그리고 특별한 사건들 중심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 대부분은 일상에서 이뤄지는데 관심은 모두 특별함에 쏠려 있는 것이다.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는 그러한 갈증을 해소해준다. 기존의 고전이 알려주지 않는 저변의 모습을 전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삶과 사유를 살펴보는 태도이다. 이는 개인들의 생활사에 주목하는 미시사(微視史)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프랑스 아날학파에 맥이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흥미진진한 36가지 질문에 관해 대답하는 형식이다. ‘면도’나 ‘바지’ 등 어쩌면 자잘한 의문부터 시작해 그리스 문자의 성쇠 같은 비교적 전문적인 내용까지 망라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그러한 일상사들이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가능하게 만든 기반이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이는 현대도 다르지 않다. 각자가 아침밥을 먹고 일터로 나서는 행위들이 모여 역사로 이뤄지는 법이니까. 살아 숨 쉬는 그리스·로마인을 만나는 일은 자기를 되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개릿 라이언 지음/최현영 옮김/다산북스(다산초당)/460쪽/1만 8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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