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선두로 아웃 코스 공략’… 황대헌 작전도 경기도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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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경기 중에 가장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을 전략으로 세웠다.”

이보다 깔끔한 금메달은 없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이 마침내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따냈다. 앞선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 경기에서의 어이없는 실격 판정의 충격을 딛고 따낸 성과다. 황대헌은 결승전에 오른 9명의 선수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정정당당하게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황대헌과 함께 결승에 오른 이준서와 박장혁은 각각 5위와 7위를 차지했다.

9바퀴 남기고 본격적인 추월
편파 판정 끼어들 틈도 없이
접촉 없는 바깥쪽 코스 질주
1위로 치고 나와 금빛 레이스
이준서 5위·박장혁 7위 올라

황대헌은 13.5바퀴를 도는 1500m 경기에서 초반 기회를 엿보며 10명의 선수 중 중위권을 달렸다. 황대헌은 9바퀴를 남기고 본격적인 추월에 나섰다. 다른 선수들과의 마찰을 없애려 바깥쪽 코스로 빠르게 추월해 1위에 올라섰다. 이후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그대로 결승선에 도착했다.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납득할 수 없는 실격 판정의 충격을 딛고 황대헌은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황대헌은 경기 직후 1000m 경기 실격으로 인한 충격을 씻은 듯 환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1000m 경기도 깔끔한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1500m 경기는 더 깔끔한 경기를 준비했다”며 “깔끔한 경기 중에 가장 깔끔한 경기를 하는 것을 전략으로 세웠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판정은 심판의 몫이다. 1000m 경기에서 깨끗하게 했지만, 깨끗하게 못 했으니 그런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한 수 배웠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황대헌은 1000m에서의 실격을 거울 삼아 1500m에선 다른 작전을 들고 나왔다. 1000m 준결승에서 인코스로 파고들며 1위로 들어왔지만 늦은 레인 변경이라는 판정으로 페널티를 받았던 황대헌은 1500m에선 준준결승부터 아웃코스로 돌며 경쟁자를 추월하는 전략을 시도했다. 또 결승에선 9바퀴를 남기고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와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이는 편파 판정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상대방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한 전략으로, 보기 좋게 들어맞은 것이다.

황대헌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아픈 기억이 ‘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 때 넘어지는 두 번의 아픔이 있었다”며 “평 창올림픽으로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그 덕분에 1000m 경기에서의 편파 판정의 아픔 이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황대헌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자 1500m 결승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눈앞에서 메달을 놓쳤고, 1000m 준준결승에서는 우리 선수 3명이 함께 뛰는 불운한 대진 속에 결승선 앞에서 또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황대헌은 자신을 응원해준 국민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황대헌은 “태극마크를 달고 높은 자리에 오르게 돼 영광스럽다”며 “너무나도 많이 응원해주셔서 든든하고 따뜻해 힘을 냈다”고 밝혔다.

황대헌은 ‘선수촌에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치킨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며 “치킨을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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