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검찰주의자 망언” VS “부당한 선거개입 중단을”
문 대통령- 윤석열 ‘충돌’ 후폭풍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집권 시 전 정권 적폐수사’ 발언이 내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대선 레이스의 초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해당 발언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언급하며 윤 후보와 직접 대립각을 세우자 여권은 당내 화력을 총결집해 대대적인 쟁점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이완됐던 친문(친문재인)·비이재명계를 결집, 이재명 후보의 ‘박스권’ 지지율 탈출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셈법이 엿보인다.
내주 공식 대선 레이스 앞두고 기싸움
민주 “괴물 정권 만날지 모른다” 맹공
국힘 “정치적 중립, 시스템 수사 강조”
여권은 전날에 이어 10일에도 당 공식 채널은 물론 개별 의원 등이 릴레이식으로 나서 윤 후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석열 후보의 정치보복 선언,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씌우겠다는 것이냐”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민정 김의겸 윤건영 윤영찬 등 현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20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보복이 난무하는 세상, 없는 죄도 만드는 검찰 공화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검찰공화국과 정치보복을 공약한 윤석열 후보에 맞서 3월 9일 대선 승리로 대한민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청와대 핵심 참모들도 가세했다.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말 미친 사람 아니면 저런 얘기를 해 놓고 또 보복 아니라고 부인하는 이런 게 훨씬 더 비열하고 조금 공포스럽다”고 비난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후보와 그가 ‘독립운동가’라 칭한 한동훈 검사는 명백한 검찰주의자들”이라며 “김건희 씨의 신기가 더해지면 우리는 아직껏 만나 보지 못한 괴물정권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고 썼다.
여권 인사들은 검찰 수사의 여파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지지층의 ‘트라우마’도 건드렸다. 당장 문 대통령이 이날 공개된 세계 7대 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윤 후보 발언을 재차 겨냥했고, 앞서 이해찬 전 총리는 “정치보복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해하고 우리 곁을 떠나시는 데 일조했던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치보복을 한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위해서는 이 후보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후보 발언에 대해 ‘적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라는 원칙론을 언급한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에 대해 “부당한 선거개입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윤 후보는 평소 소신대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과 원칙, 시스템에 따른 엄정한 수사 원칙을 강조했을 뿐”이라며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 원칙을 밝힌 윤 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 역시 이날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제가 당선되면 어떤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말씀을 지난해 여름부터 드렸다”면서 자신의 발언이 정치 보복을 언급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오늘은 그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여권이 자신의 발언을 지지층 결집의 호재로 삼는 상황에서 확전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당내에서도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이 후보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가장 큰 이유가 친문 내 비토 여론인데, 윤 후보가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 준’ 측면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상당한 결집 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50%가 넘는 정권 심판론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윤 후보 쪽으로 결집하는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