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현직 대통령 ‘참전’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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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뉴스통신사 교류 단체와 인터뷰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아태뉴스통신사기구 합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대 대선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대선 국면에서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선거전의 중심에 서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리면서 퇴임 이후를 걱정했던 데다 ‘선거 중립’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 대 윤’ 구도 부각 여권 구심점 역할
“극단 대립 부추겨” 비난 확산 우려도

그동안 침묵을 지켜 오던 문 대통령은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정조준해 직접적인 분노를 표출하면서 사과까지 요구했다. 앞뒤를 신중히 따지면서 발언하는 문 대통령의 평소 정치 스타일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전날 윤 후보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두고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던 문 대통령이 이날 윤 후보에 대한 분노를 여과 없이 쏟아낸 것은 현 정권을 범죄집단으로 규정한 윤 후보에게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촛불 정신을 계승하고 이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 정부’로 자긍심을 보였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과 유력 야당 대선후보의 충돌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대선 국면의 대립구도가 ‘이재명 대 윤석열’에서 ‘문재인 대 윤석열’로 바뀌면서 문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여권이 대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재명 후보에게 소극적 지지를 보여 왔던 친문(친문재인)·비(非)이재명계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직 대통령이 나서 선거전에서 진영 사이의 극단적 대립을 부추긴다는 비판과 함께 선거 개입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또 정권교체 여론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추진해 왔던 현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후보에 대한 지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 유권자들이 문 대통령이 말한 적폐청산과, 윤 후보가 꺼낸 적폐청산 가운데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줄지도 주목된다. 박석호 기자 psh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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