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앓이 했던 황대헌 "나도 사람이니까 안 괜찮았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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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손 못대게 하는 전략 세워"
"나 자신 믿고 경기…인생 최고의 하루"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파판정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23·강원도청)이 실격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속내를 밝혔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소 뒤처진 채 시작한 황대헌은 결승선까지 9바퀴를 남겼을 때 아웃코스로 선두를 여유롭게 추월하고 끝까지 1위를 유지했다. 2, 3위는 스티븐 뒤부아(캐나다·2분9초254)와 세묜 옐리스트라토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2분9초267)가 각각 가져갔다.

앞서 황대헌은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 두 명을 따돌리며 1위로 들어오고도 황당한 실격 판정으로 결승행 티켓을 빼앗겼다. 이후 그는 자신의 SNS에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을 인용해 올리며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황대헌은 이날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도 사람이니까 안 괜찮았다"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그는 "'괜찮다, 괜찮다' 하면 사람이 괜찮아지기도 하지 않나"면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벽을 두드렸다.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뒤돌아서서 포기하지 않고, 두드리면 언젠가 활짝 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마음으로 (조던의 명언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한 수 배운 황대헌은 1500m에서는 "아무도 손 대지 못하게 하는" 정면돌파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아쉬운 판정이 있었지만, 내가 노력했던 것을 모두 보여드리면 좋은 성적이 따라오리라 생각했다"면서 "나 자신을 믿고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정은 심판의 몫이다. (1000m에서) 깨끗하게 했지만, 깨끗하지 못했으니 그런 판정을 받았을 거다. 그래서 한 수 배웠다"며 "더 깔끔하게 아무도 나에게 손을 대지 못 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대헌은 또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평창올림픽 때 (넘어지는) 두 번의 아픔이 있었다"며 "평창올림픽으로 내 마인드가 달라졌다. 그래서 지난 남자 1000m 아픔을 겪은 뒤에도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창올림픽은 나를 이렇게 성장시킨 대회"라고 말했다.

황대헌은 결승에 함께 올랐던 이준서와 박장혁에게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 이들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눈 황대헌은 "좋은 동료들이 있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다"며 "다 함께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응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황대헌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 운동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다음으론 나를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무엇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자리다. 이런 안 좋은 상황 속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높은 자리에 오르게 돼 영광스럽다. 너무나도 많이 응원해주셔서 든든하고 따뜻해 힘을 냈던 것 같다"며 "동생에게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을 봤는데 따뜻한 말이 정말 많았다"고 밝혔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준서, 박장혁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준서, 박장혁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대헌은 금메달급 '사회생활'도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선수촌에 돌아가면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기자들의 녹음기를 슬쩍 보더니 "치킨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면서 "내가 치킨을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윤홍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자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인 제너시스BBQ그룹의 회장인 윤홍근 한국 선수단장을 노린 발언인 것이다.

이에 기자들이 '너무 속 보이는 말 아니냐'고 하자 황대헌은 "정말이다. 베이징 오기 전에도 먹고 왔다. 회장님한테 농담으로 '회장실 의자 하나는 내가 해드린 겁니다'라고 말씀드린 적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하루"라면서 "선수촌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쉬겠다. 동료들, 코치님들과 기쁨도 나누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런쯔웨이를 향해서는 "런쯔웨이가 (경기를) 돌아봐야 할 것 같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시상식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시상식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7일 1000m 결승에서 3명의 선수가 결승에 올랐던 중국은 1500m에선 단 한 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금메달을 차지했던 런쯔웨이는 박장혁과 함께 뛰었던 준결승에서 다른 선수를 팔로 막아서는 반칙으로 페널티를 받고 실격당했다. 신화 통신에 따르면 런쯔웨이는 "멍청한 실수였다"며 "페널티를 피하려 했었고, 그 행동(페널티를 받은 방해 행위)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는 중국 누리꾼들이 황대헌의 금메달 소식에 "논쟁 없이 진짜 실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했다고 전했다.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 온라인판은 10일 "7일(1000m 준결승) 페널티 이후의 논쟁과 달리 황대헌의 우승은 중국 네티즌들의 존중(respect)을 받았다"며 "논쟁 없이 진짜 실력을 보여줬으며, 올림픽은 이래야 한다고 네티즌들이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 중국 빙상 전문가들이 "한국팀은 경기 후반 다른 팀을 추월하려 하기보다는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는 전략으로 바꾼 것으로 보이고, 이는 아마도 이번 경기에서 가장 좋은 전략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다른 일부 매체들도 자국 누리꾼들이 황대헌의 우승에 대해 깔끔히 승복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의 다른 일부 매체들도 자국 누리꾼들이 황대헌의 우승에 대해 깔끔히 승복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1000m 경기에서 편파 판정이 없었다고 강조했던 신화 통신, CCTV 등 다른 관영 매체들은 별다른 논평 없이 황대헌의 금메달 소식과 자국 선수들의 결승 진출 실패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황대헌의 금메달 소식이 핫이슈 1위를 달성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어로 '황대헌1500m금메달'이라는 해시태그는 10일 오전 현재까지 조회 수 3억 회에 달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황대헌이 완벽한 실력을 선보였다", "아주 깨끗한 경기였다. 우리는 그의 우승을 축하한다", "준결승에서 반칙으로 탈락한 런쯔웨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멋졌다", "이번 결승은 논란이 없는 경기였다" 등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번엔 빙질을 문제 삼지 않네" "한국팀이 이기니 평온하다" 등 비꼬는 글도 적지 않았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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