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은퇴 투어도 좋지만 롯데 팬 위해 사인 한 장 더…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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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일주일 전부터 울 것
구단에도 안 하고 싶다 뜻 전달”
올 시즌 목표 30홈런 100타점
멋진 활약으로 가을야구 진출
마지막 스프링캠프서 ‘구슬땀’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대호가 11일 롯데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대호가 11일 롯데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대호(39)가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이대호는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후배들과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12일 스프링캠프에서의 타격 연습을 마무리한 이대호는 상·하의 유니폼이 헐렁해 보일 정도로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훈련장에서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변함없었다.

이대호는 마지막 시즌을 잘 시작하고 싶어 각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인 만큼 정말 정말 비시즌동안 살도 많이 빼고 운동을 많이 했다”며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시즌 시작 전에 늘 세우는 목표지만, 올해도 30홈런 100타점은 꼭 하고 싶다”며 “이 정도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밝혔다.


2000년 이대호의 모습. 부산일보DB 2000년 이대호의 모습. 부산일보DB

이대호는 2001년 2차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21년 동안 한국프로야구(KBO)와 미국프로야구(MLB), 일본프로야구(NPB)를 모두 경험하며 화려한 야구 경력을 쌓았다. 키 194cm에 100kg이 넘는 거구임에도 KBO에서 가장 부드러운 스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대호는 21년간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며 “20년 동안 비시즌마다 체중 감량을 하고 훈련하는 편인데, 그 과정이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며 “이런 과정을 다시 못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다”고 털어놨다.



2005년 7월 16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된 롯데 이대호가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005년 7월 16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된 롯데 이대호가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이대호는 최근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던 ‘은퇴 투어’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일부 팬들은 이대호의 은퇴 투어가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대호는 은퇴 투어보다는 전국에 있는 많은 롯데 팬분들께 사인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대호는 “솔직히 구단에는 은퇴식도 안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며 “은퇴식 일정이 정해지면 일주일 전부터 울 것 같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은퇴 투어보다 사직구장에 오지 못하시는 전국의 많은 팬들을 위해서 원정 경기 때 한 분이라도 더 사인해 드리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야구 선배들의 은퇴식 장면을 떠올리며 ‘축하’보다는 ‘슬픔’의 감정이 더 강했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범호 형이나 태균이, 근우가 은퇴식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많이 울었다”며 “선수들이 그만두는 것을 축하해줘야 하나 아쉽다고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은퇴한 선수들이 야구를 잠깐 접어두고, 행복한 모습으로 방송에 나오는 것도 편하게 보이더라”고 미소지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11일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내야 훈련을 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11일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내야 훈련을 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이대호는 팀 주축 선수들의 이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팀 주축 선수였던 손아섭이 NC로 팀을 옮긴 사실을 언급했다. 이대호는 “솔직히 말해서 손아섭 선수와 같은 팀 주축 선수가 빠져나가니 아쉬웠다”며 “가을 야구에 진출했던 팀들도 전력이 보강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과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놓치지 않았다. 이대호는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는 인정할 수 없고, 전력이 약해졌다고 우승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야구는 흐름이 매우 중요하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것이 야구”라며 “4강 싸움 체제에 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이대호가 2008년 9월16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뒤 샴페인을 서로 머리에 부어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산일보DB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이대호가 2008년 9월16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뒤 샴페인을 서로 머리에 부어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산일보DB

이대호는 21년 프로야구 선수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했던 2008~2010년 시즌을 뽑았다. 로이스터 감독은 3년 연속으로 롯데를 가을야구에 진출시키면서 롯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대호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순간을 비롯해 여러 순간이 모두 기억나지만, 가장 신나게 야구를 했던 때는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할 때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대호는 “야구장에 가는 것도 재밌었고, 팬들의 응원도 대단했고, 점수도 쉽게 내면서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대호는 팀 내 최고참으로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대호는 “후배들도 후배들이지만, 정훈·전준우·안치홍 같은 고참 선수들이 더 잘해야 한다”며 “고참들이 자기 성적을 잘 내면서 팀 분위기를 이끌어간다면 팀 성적 역시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팬들의 환호성과 응원으로 가득 찬 사직구장을 꼭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도 밝혔다. 이대호는 “코로나 이전의 팬들로 가득 들어찼던 사직구장이 너무 그립다”며 “팬들도 스트레스를 풀고, 선수들도 팬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마련됐으면 하는 소망이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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