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수산 도시 부산의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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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부경대 총장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탄소중립(넷 제로·Net Zero)이 시대적 화두로 부상했다. 2020년 12월 10일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한 이후 모든 지방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각 지역마다 온실가스 감축 추진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5년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자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여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4.4%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 보급과 청정연료 발전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 탄소 흡수원 기능 증진, 탄소시장 활용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탄소 총배출량의 증가를 막지는 못하였다. 우리나라의 탄소 총배출량은 1990년 2억 9200만t에서 2000년 5억 200만t, 2018년 7억 2000만t으로 늘어났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세계적 과제

이산화탄소 흡수 ‘블루카본’ 주목해야

부산, 탄소 포집·저장에 유리한 환경

관련 창업기업 육성해 경쟁력 갖추길


역설적이게도 2019년 12월 말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의 확산 사태가 그 어떤 대책들보다 효과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켰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탄소 총배출량은 6억 4869만t(잠정치)으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탄소 배출 규모는 10년 전의 배출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활동이 크게 줄어든 데다 발전, 화학, 철강, 시멘트 등 산업의 에너지 소비 역시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탄소 배출량의 급격한 감소는 환경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산업의 성장에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탄소중립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글로벌 패러다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넷 제로’의 ‘Net’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Net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배출한 탄소를 다시 흡수하여 줄이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부산은 해양수산 도시로서 탄소 흡수에 유리한 환경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에 특화된 산업구조와 넓은 연안 해역이 그것이다. 그리고 해양수산업 관련 다양한 R&D(연구개발) 기관과 기업들이 집결되어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부산은 탄소중립의 개념 중 ‘블루카본(Blue Carbon)’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블루카본은 전 세계의 바다와 연안 생태계에 의해 포획된 탄소에 대한 용어로 ‘적극적인 탄소 흡수’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갯벌과 해조류,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형성된 맹그로브 숲 등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 등이 블루카본의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의 하나로,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단위 부피당 공기보다 150배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부산의 ‘2030 온실가스 감축계획’에는 블루카본을 통한 적극적인 탄소 흡수 정책은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블루카본을 활용한 적극적인 탄소 흡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해양 이산화탄소 제거를 위해 생태계 회복(블루카본), 해양 영양 촉진, 해조류 재배, 인공 용승 및 침강, 해양 알칼리도 향상, 전기화학적 해양 탄소 제거를 중점적인 연구개발 분야로 제시하였다. 캐나다에서는 전 세계의 현무암이 연간 최대 기가t(10억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새로운 블루카본 패러다임이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해양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arbon Capture Storage)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부산이 탄소중립과 관련한 창업기업을 열심히 발굴하며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지역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요한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스위스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장치(CCUS) 벤처기업인 클라임웍스는 직접 개발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후 수송관을 통해 다시 깊은 지하수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실험적인 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새로운 탄소중립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쥐고 이어 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해양수산 도시 부산이 세계의 탄소중립 경쟁에서 승자가 되려면 탄소 배출 감축 노력과 함께 적극적인 탄소 흡수를 바탕으로 한 블루카본 중심의 지역 전략이 고려되어야 한다. 부산이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지역의 천연자원과 그 잠재성에 대해 탐색하고, 탄소 배출과 관련한 다양한 산업계 영역을 탄소중립과 연계해서 경쟁력을 높일 때 비로소 탄소중립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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