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거나 터지거나… ‘머릿속 시한폭탄’ 뇌졸중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한국인 사망원인은 부동의 1위가 암, 2위가 심장병이고 3위는 뇌혈관 질환이다. 뇌혈관 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뇌졸중은 예고 없이 생명을 위협하고 분초를 다투는 질환이어서 ‘내 머릿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추운 겨울이나 밤낮의 일교차가 큰 봄은 특히 뇌졸중의 위험도가 치솟는 시기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최근 의료 취약지로 꼽히는 부산 기장군에서 급성 뇌경색 및 대뇌 동맥류 환자를 대상으로 뇌혈관 내 시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병원 뇌종양·뇌혈관센터 이현곤 과장의 도움을 받아 뇌졸중의 치료와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고령자·당뇨병 환자 발생률 높아
팔다리·안면 마비, 언어장애 증상
질환 발생 땐 병원 응급치료 필수
스텐트·흡인용 도관 치료 큰 도움
55세 이후 10년마다 위험도 배 증가
뇌졸중은 갑작스러운 뇌혈류의 장애로 뇌 기능에 마비가 생기는 병이다. 뇌혈류의 장애는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발생하게 된다. 혈관이 터질 경우 뇌출혈(출혈성 뇌졸중), 막힐 경우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으로 구별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의료 기관을 방문하는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4년 뇌경색으로 방문한 환자는 31만 3007명이었고, 뇌내출혈로는 4만 3479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뇌경색 49만 4306명, 뇌내출혈 환자는 5만 5742명이었다.
뇌졸중은 고령환자에게서 발생 위험도가 높다. 구체적으로 55세 이후 매 10년마다 뇌졸중의 위험도가 2배씩 증가한다. 또 다른 위험요소로는 고혈압이 꼽히는데 혈압을 5~6mmHg 낮출 때마다 뇌졸중의 발생을 42%까지 낮출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도 정상인에 비해 뇌경색 발생이 1.8배에서 최대 6배까지 높다. 또한 흡연 시 뇌졸중 발생위험도가 2배가량 높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뇌출혈의 빈도가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면 마비 증상 땐 신속히 병원 가야
뇌졸중은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질환이다. 뇌졸중의 뇌손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경우 뇌부종이 시작되는데 이로 인해 뇌압이 상승하게 되고 상승된 뇌압으로 인해 점차 뇌혈류가 공급되지 못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하기 때문에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반신 마비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몸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면밀히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은 갑작스러운 뇌기능의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마비 증상으로는 팔다리에 순간적으로 힘이 떨어진다거나, 걸음걸이가 비틀거리거나, 말이 안 나오거나, 발음이 어눌해 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은 한 순간 나타났다가 수초 내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계속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이현곤 과장은 “관련 증상이 발생되었을 때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팔다리 마비, 안면마비, 언어장애 등이 나타났을 경우 뇌졸중이 광범위하게 진행될 위험이 높은 만큼 119 구급차를 이용하여 신속하게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어느 부위에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고,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하는 지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진다. 뇌경색의 경우, 다시 뇌혈류를 회복시키는 재개통 치료를 한다면 뇌손상을 최소화해 후유장애를 거의 남지 않게 치료가 가능하다. 이러한 재개통치료는 증상 발생 후 빠르면 빠를수록 결과가 좋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에 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장은 “통상적으로 3시간 이내에 올 경우 치료의 성공률도 높고 예후도 좋다. 최근에는 재개통치료의 방법이 발전하여 일부 환자에서는 증상 발생 후 24시간까지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적 혈전 제거술로 치료 효과 높여
의료기관에서는 뇌졸중 의심환자가 방문 시 즉각적으로 CT, MRI를 이용해 뇌출혈 여부, 뇌혈관 상태, 뇌혈류 공급 정도를 파악한다. 뇌경색의 경우, 가능하다면 재개통치료를 시도한다. 과거 재개통치료는 약물치료가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시술적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뇌경색 범위가 이미 광범위하고 시간이 지나서 온 경우 재개통 치료를 못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뇌부종을 억제하고 뇌압을 조절하기 위한 치료를 하게 된다.
뇌출혈의 경우, 초기에 뇌출혈이 증가될 수 있어 이를 안정화 시키고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한 치료가 우선된다. 하지만, 출혈량이 많고 양이 늘어난다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 출혈을 제거하고 뇌압을 떨어트리는 치료를 하게 된다. 대뇌 동맥류의 파열로 발생하게 된 뇌출혈의 경우에는 파열된 동맥류에서 다시 재출혈이 되기 때문에 재출혈을 막기 위한 수술 또는 시술적 치료가 이루어지게 된다.
최근 뇌경색의 재개통치료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막힌 뇌혈관을 다시 뚫기 위해 혈전 용해제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출혈의 위험이 있고 개통 성공률이 60%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스텐트나 흡인용 도관을 이용해 직접 막힌 혈관을 재개통 시키는 기계적 혈전 제거술이 시행되고 있다.
이 과장은 “기계적 혈전 제거술은 치료 성공률이 80~90%까지 높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환자군도 넓다”며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에서는 시행해 볼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난 경우에도 일부 상황에서는 시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이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재발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점이다. 초기 치료 이후 완치가 되는 게 아닌 만큼 재발을 막기 위한 사후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주기적으로 영상학적 검사도 필요하다. 뇌손상으로 한번 발생된 장애는 완전히 회복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잔존하는 뇌기능을 이용해 최대한 신체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재활치료가 필수이다. 뇌졸중 환자는 위험인자 관리가 필수다. 고혈압, 당뇨가 있더라도 이를 관리하여 정상수준으로 유지한다면 뇌졸중의 발생위험도를 많이 낮출 수 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