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이나 엑소더스, 경제 피해도 최소화해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외신이 잇따라 전해진다.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16일 전쟁 발발설’을 공공연하게 퍼뜨리고 있다. 실제로 곳곳에서 전쟁의 징후가 발견된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 철수 조치를 취했고, 러시아는 침공설을 부인하면서도 전투기와 전차 등 첨단 무기와 함께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집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차례에 걸친 전화 회담은 별다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 징후 곳곳에서 발견돼
수출, 물가 등에 치명적 악영향 우려
전운이 고조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우선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려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코퍼레이션,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타이어 등 10여 곳이다. 이 기업들 중 대부분이 이미 현지 직원을 철수시켰고, 그에 따라 우크라이나산 원자재 공급과 생산 제품의 현지 판매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에도 전쟁 우려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는 모습이다. 올 2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14일 장중 한때 2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 같은 국내 경제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한 수출 등 교역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런 판단이 정확한지 여부는 면밀히 따져 봐야 할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으로 국제 곡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는 우리나라 교역액 기준으로 10위권에 드는 나라다. 무엇보다 지금 우크라이나 위기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강대국 사이 군사 대치는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여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국내 물가와 소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외국 자본의 유출은 물론 코로나19 위기 속 우리 경제의 유일한 희망인 수출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14일 처음으로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의 국내 영향에 대한 대응 방안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겉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이라 전망하면서도 속으로는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 우리 경제에 닥칠 피해를 최소화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