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고령사회 부산, 노인을 위한 은행은 없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부산에서 은행 오프라인 점포의 폐쇄가 다른 곳보다 빨리 진행돼 고령층의 금융소외 우려가 크다. 특히 부산의 대표 금융기관인 부산은행은 최근 5년 새 점포 70곳을 폐쇄해 그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는다고 한다. 폐쇄 비율로만 보면 전국 5대 시중 은행과 비교해도 두 번째에 해당하고, 지역 은행 중에서는 가장 높다. 지난해 말 전국 광역시 중 처음으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부산의 인구 환경을 고려하면 매우 걱정스럽다. 고령층은 안 그래도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환경에 서툴러 갈수록 금융기관 접근이 어렵다. 고령친화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이 이 문제를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부산은행, 지역 은행 중 점포 폐쇄 최다
도시 인구 특성 감안, 맞춤 방안 찾아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은행 오프라인 점포의 폐쇄 등 재정비는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폐쇄된 국내 은행 점포는 총 1275개에 달한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대면 거래의 증가, 중복 점포 정리 확대 등이 점포 폐쇄의 주된 이유다. 반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비대면 업무의 영역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부산은행의 점포 폐쇄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부산은행은 부산에 기반을 둔 만큼 지역 특유의 여건에 더 세심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부산은 어쨌거나 우리나라의 첫 초고령화 대도시가 아닌가.

부산은행이 부산의 인구 특성을 잘 살폈더라면 고령층이 애용하는 점포의 폐쇄도 훨씬 신중히 대처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노인들은 은행에 갈 때마다 디지털 기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20%를 넘은 부산에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노인의 디지털 기기 이용의 어려움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은 13.7%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노인들은 대면 영업 점포를 찾아 발품까지 팔고 있지만, 현실은 갈수록 반대로 가고 있다. 고령층의 금융소외는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금융권의 디지털화 추세와 함께 초고령사회 이행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령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는 ‘맞춤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놔두고 금융디지털 전환만 고집한다면 앞으로 다가 올 초고령사회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산으로선 더더욱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지역 대표 은행인 부산은행은 특히 부산의 이런 특수성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오히려 이에 잘 대처하면 새 틈새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다. 이미 일부에선 발 빠른 움직임도 보인다. ‘노인을 위한 은행’으로 점포의 재단장이나 고령층 전용창구 개설에 이어 노인 공동점포도 검토 중이다. 부산이 고령친화도시를 꿈꾼다면 결코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