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증가했지만 총노동시간은 줄었다
통계청 통계상 작년 취업자 수가 2017년보다 증가하는 등 고용 상황이 외형적으로 나아졌지만, 질적으로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업자 수가 늘어난데 반해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어들었고, 이는 일자리 질이 나빠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신여대 경제학과 박기성 교수팀에 의뢰한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용 상황은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고용 동향’에 나타난 것보다 질적으로 훨씬 열악해졌다.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 보고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로 본 고용’
작년 취업자 수 2651만 2000명
2017년보다 7.3% 감소 분석
통계청 2.1% 증가 발표와 대비
“정부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
일자리 질 악화시켰다는 방증”
전일제 환산 방식은 주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 주 20시간 일한 사람을 0.5명, 주 60시간 일한 사람을 1.5명으로 계산하는 지표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를 보완한 통계다.
박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 작년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651만 2000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7.3%(209만 2000명) 감소했다. 통계청 통계와는 다른 결과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취업자는 2727만 3000명으로 2017년 대비 54만 8000명(2.1%) 증가했다.
박 교수는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을 줄었다는 의미”라며 “고용 상황이 질적으로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졌다.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 고용 상황 역시 통계청의 취업자 수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간의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통계청의 취업자는 2019년 대비 0.6%(15만 명) 증가했지만, 전일제 기준 취업자는 오히려 4.0%(109만 3000명) 감소했다.
특히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분야에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작년 도소매업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347만 명으로 2017년 대비 20.0%(86만 7000명) 감소했다. 숙박·음식업도 2017년 대비 전일제 환산 취업자가 19.0%(51만 8000명)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버팀목인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존 통계와 비교해 실제 고용 침체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021년 455만 5000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11.3%(58만 1000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 기준으로 같은 기간 취업자 수는 4.3%(19만 8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일거리가 줄어들고, 이에 제조업 근로자들이 퇴근 후 대리운전 등의 ‘투잡’에 나서면서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집계되는 ‘통계 거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분야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가 31.9%(61만 3000명) 늘었지만,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 하면 15.4%(27만 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임시·일용직 등 취약 계층이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40 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가 지난 4년간 193만 7000명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년간 30대는 13.5%(82만 6000명), 40대는 14.7%(111만 1000명)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감소율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