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질주’ 최민정, 쇼트 계주 ‘값진 은’ 따고 활짝 웃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3000m계주에서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내외부에서 불어온 풍파 속에 당초 역대 대표팀 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당당히 시상대에 올랐다.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 나선 김아랑(27·고양시청)·최민정(24·성남시청)·이유빈(21·연세대)·서휘민(20·고려대)은 4분3초627로 올림픽기록(4분3초409)을 새로 쓴 네덜란드에 0.218초 뒤진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즌 랭킹 1위 네덜란드에 밀려
아쉬운 2위, 대회 3연패도 좌절
심석희 징계·김지유 부상 등 악재
환상의 팀워크로 최강 자존심 지켜
1994 릴레함메르 대회 때부터 2006 토리노 대회 때까지 이 종목 4연패를 차지했던 한국은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한 번 더 우승하는 올림픽 3연패를 노렸지만 시즌 랭킹 1위 네덜란드의 벽은 높았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갖은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메달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최민정과 함께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심석희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최민정과 김아랑을 험담하고 비하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며 대표팀이 크게 흔들렸다. 국가대표 선발전 1위 심석희는 징계로, 3위 김지유(23)는 발이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한꺼번에 올림픽에서 제외됐다.
잇단 악재 속에 올림픽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여자 대표팀은 한 번도 3000m 계주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1차 대회에서 3위, 2차 대회에서 2위, 3, 4차 대회에서 모두 최하위에 그쳤다. 특히나 부상을 털고 최민정이 합류했음에도 3, 4차 대회에서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막판 2바퀴 스퍼트로 2위 자리를 지킨 최민정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여자 계주에서 늘 좋은 성적을 냈던 터라 우리도 기록을 이어가고 싶었다”면서도 “(이런 안 좋은 상황에서)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여서 후회는 없다. 여기에 있는 동료들, 그리고 함께 훈련해 준 남자 대표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3회 연속 계주 메달을 따낸 맏언니 김아랑은 “민정이가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 부담을 덜어 주려고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그렇게 속 시원하게 다하고 나온 것 같아 은메달도 너무 값지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 대표팀 최민정과 이유빈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16일 쇼트트랙 여자 마지막 종목인 1500m 개인전에 출전한다. 최민정이 1500m에서 메달을 추가하게 되면, 전이경 박승희 이승훈과 함께 우리나라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함께 출전하는 이유빈은 1500m 세계 랭킹 1위로, 첫 개인전 메달을 노린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