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들어가는’ 부산 법조타운 상권 은행 지점 철수하고 ‘노포’도 사라져
“날이 갈수록 거리에서 활기가 사라져요. 저녁 장사는 포기한 지 오래고 점심도 예전보다 한참 못합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법조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60)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다수 지역 상권이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부산 법조타운의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 단골손님이 많았던 오래된 식당들은 물론이고 시중은행들마저 지점을 철수하면서 상권이 휘청이는 모습이다.
코로나로 법조 공무원들 구내식당행
온라인 상담·서부지원, 지청 분리 영향도
“썰렁한 거리, 저녁장사는 접은 지 오래”
14일 지역 법조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부산지검 맞은편에 있던 NH농협은행 부산 법조타운 지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법조타운에 있던 국민은행이 지점을 철수하고 문을 닫았다. 4개의 은행 지점이 성업하던 부산 법조타운에는 현재 부산은행과 신한은행 2곳만 남게 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법조타운 지점은 다른 은행들과 경쟁해 지역 법원의 공탁금을 끌어와야 하는 중요한 ‘전략 점포’ 중 하나다”면서 “이 같은 전략적 요소를 포기할 정도로 해당 점포의 수익성이 좋지 못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는 “법조타운은 공무원이나 변호사, 법무사 등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데 특히 변호사나 법무사 업계의 수입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법조타운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대출을 받기 힘들어지니 은행도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법조타운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던 이른바 ‘노포’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연회룸을 갖춰 회식장소로 사랑받았던 한 중식당은 최근 업소 공간을 내놓고 배달전문업체로 전향했다. 국밥을 팔면서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한 식당도 얼마 전 문을 닫았다. 반면 새롭게 문을 여는 점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점심시간이면 식당마다 순서를 기다리는 직장인과 민원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 됐다. 점심시간 이후부터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서, 저녁에는 장사를 접고 일찌감치 셔터를 내리는 식당도 많다.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직접적 원인이기는 하지만, 온라인·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법률서비스의 트렌드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법조타운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정 모(62) 씨는 “등기를 비롯한 각종 법률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며 “게다가 코로나19로 사람 만나는 걸 꺼리게 되다 보니 비대면 서비스의 파급력이 더욱 증폭됐다”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인 한 법무사는 “5년 전 강서구에 서부지원과 서부지청이 문을 열면서 거제동 상주인구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법원이나 검찰 공무원들은 코로나 감염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니 외부 식당보다는 구내식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나웅기 기자 j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