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합의냐, 여론 조사냐’ 평행선 달리는 ‘윤-안 단일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전격 제안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지만 방식을 두고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안 후보 측에서는 여론조사 100%를 통한 단일 후보 선출을 고집하는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소모적 논쟁일 뿐이라며 ‘통 큰 합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15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에 들어가는 가운데 2차 ‘데드라인’으로 꼽히는 오는 28일 투표용지 인쇄일 전까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 “단일화 없이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교체 하겠다고 계속해서 완주 의사를 표명했다”며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100% 방식 제안을 받지 않을 경우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본부장은 “(단일화 제안은)결코 출구 전략이 아니다”며 “국민의힘이 응하면 모든 것을 국민의 판단에 맡겨 단일화 결론을 내는 거고 거부하면 그냥 완주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측 수용 안 하면 완주”
국민의당 ‘국민 경선 방식’ 고수
“본선 득표 가능성 왜곡 소지”
국힘, 역선택 이유로 계속 반대
민주, 단일화 이슈 확산 경계
국민의당 최진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단일화)협상에서 상대방에서 양보를 요구하는 일이 정말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국민의힘의 양보 요구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에서)통 큰 양보를 말하는데 통 큰 양보보다 통 큰 승부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제안한 담판에 대해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단일화를 논의)하는 경우에는 권력 중심의 단일화가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역선택’을 이유로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여론조사 단일화’를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 회의를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질 소모적 논쟁이야말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라며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 본부장은 이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단일화)과정에서 어떤 훼방을 놓고 무도한 공작과 농간을 벌일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순위 조작에 의해 금메달을 빼앗아 가는 동계올림픽 모습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다”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 최고위원은 “본선 경쟁력이나, 본선에서 얻을 득표 가능성이 훨씬 왜곡되고 국민들이 바라는 후보 선출 방식과 거리가 먼 방식”이라며 “안 후보의 방식은 국민이 누가 대통령으로 적합하느냐와는 다른 후보를 선정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권 지지층의 여론조사 개입으로 인한 결과 왜곡, 즉 역선택을 이유로 안 후보와의 ‘국민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반대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지지율을 40%대를 기록하는 상황에 10% 미만인 안 후보와 일대일 대결 자체가 달갑지 않은 당내 분위기도 한몫한다.
하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유지론보다 높은 까닭에 양측의 신경전이 길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보 간 담판’을 강조한 윤 후보 스타일상 안 후보와의 깜짝 회동을 통해 전격적으로 단일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대선이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박빙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이처럼 선거 막판 대선 판도가 야권 단일화 국면으로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면서 민주당에서는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판을 키우지 않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라디오에 출연, “(안 후보가)단일화를 제안한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은 단일화 차단선같이 저는 느꼈다”고 평가절하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 이슈에 철저히 선을 그으며 주목도가 높아지는 데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현충원 참배 후 취재진과 만나 ‘야권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있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