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미술사 연구 공백 채우기, 누구나 볼 수 있게 웹 배포”
조은비 부산 근대미술 연구자
“오영재 화백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아카이빙하여 한국미술사 속 단절된 지역미술사 연구의 공백을 메우고자 합니다.” 예술비평연구소 슈필라움을 운영하는 조은비 씨는 올초 부산의 마지막 1세대 근대미술가인 오영재 화백 연구서를 펴냈다. 에서 조 씨는 오 화백의 표현 방식과 독창적 조형어법을 재조명했다.
조 씨는 원래 피아노를 전공한 연주자이다. “예중·예고를 거쳐 부산대 음대에 들어갔는데, 서울대로 1년 교환학생을 가게 됐죠.” 거기서 미학 수업을 들으며 조 씨는 ‘예술을 글로 쓸 수 있음’을 깨달았다. 부산대에 돌아와 철학 수업을 듣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예술비평연구소 슈필라움 운영
작가 연구서 ‘오영재 연구’ 펴내
아카이브 총서 서른 권 출간이 목표
“영화 미학을 전공했어요. 1년 정도 영화만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다 미술관에 있더라고요.” 차이밍량이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을 보며 미술관에 관심을 가졌다. 조 씨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인턴·코디네이터로 일하며 ‘피란수도 부산: 절망 속에 핀 꽃’ 등의 전시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의 근대를 알려면 부산의 근대를 알아야 합니다.” 조 씨는 2018년 지인들과 부산근대미술사 연구서 (소요)를 내기도 했다. 전시 기획자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 연구원을 거쳐 조 씨는 다시 연구자의 길로 돌아왔다.
이번에 나온 는 ‘연구자 조은비’의 두 번째 책이다. “단독 연구자는 기동성이 장점이죠. 미술관과 다른 방식으로 아카이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조 씨는 한국 근대미술와 부산 근대미술 연구를 번갈아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해 아카이브 총서 1권 (Luminosity)를 출간했다. ‘창작음악극 나혜석’을 통해 음악, 연극, 미술, 문학 분야 필진이 나혜석의 삶과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부산 근대미술 첫 연구 작가로 오 화백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에서 구상으로,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정신의 초월성을 추구한 작가”에 대한 인물 연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오 화백이 말년에 머문 양산 법기수원지의 물살이나 주변 산의 곡선을 보면 그분이 절대 추상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조 씨는 ‘파라다이스’ 연작을 거론하며 “오 화백은 살아서 자신만의 천국에 당도하게 된 진정한 예술가였다”고 평가했다.
조 씨는 를 종이가 아닌 PDF 파일로 만들어 웹으로 배포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모두에게 평등한 자료를 만들고 싶었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까지 내고 싶었는데 예산 등의 문제로 하지 못했죠.” 연구서에 실린 참고자료 리스트를 클릭하면 바로 신문 기사 원본으로 연결된다.
조 씨의 다음 연구 대상은 백남준이다. “그 뒤에는 부산 근대 사진계를 계보학적으로 돌아보고 싶어요. 총서를 처음 낼 때 출판 가이드를 만들었는데, 표지에 점을 30개 찍어뒀어요. 아카이브 총서 서른 권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역미술사를 같이 연구할 또래의 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