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수십만 원 가격 천차만별… 저소득층엔 경제적 부담
‘재택치료 키트’ 구매해 보니
6만 1000원. 15일 오전 9시께 취재진이 부산 사하구 한 약국에서 의약품 4개, 자가진단 키트, 체온계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 키트를 구입하는 데 쓴 비용이다.
키트 필수품인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약국이 아닌 의료기기 판매점이나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가격대가 1만 원대부터 수십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부산 서구 한 의료기기 판매점에서는 의료용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8만 9000원에 팔고 있었다. 이렇게 재택치료 키트를 완전히 구비하기까지 16만 원가량이 필요했다.
상비약·자가진단 키트 품절 사태
재고 남은 약국 찾느라 발품 팔아
구입처도 각기 달라 시민들 혼선
경제적 약자 위한 정부 대책 필요
구입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물론, 상비약과 자가진단 키트 재고가 남아 있는 약국을 찾느라 발품도 상당히 팔아야 한다. 이날 오전 10시께 사하구 당리동 한 약국에서는 자가진단 키트는 물론 손 세정제와 상비약도 동난 상태였다. 또 다른 약국의 30대 약사 김 모 씨도 “어제 이미 자가진단 키트를 다 팔았다. 남아 있는 게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자가진단 키트 낱개 판매 가격을 6000원으로 정하고, 1회 5개로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최근 키트 품절 사태가 벌어지자 ‘제2의 마스크 대란’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조처다.
지난 10일 정부는 재택치료 대상자를 고위험군·일반관리군으로 나누고, 일반관리군에겐 키트 지급을 중단했다. 이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미리 키트를 구비하려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정부는 자가진단 키트를 둘러싼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날 현장의 분위기는 코로나 물품 구하기 위한 ‘각자도생’이 본격화되는 모습이었다. 공식적으로 편의점에서도 키트 판매가 시작됐지만, 대부분 입고가 되지 않아 편의점 직원은 손님들을 돌려보내기 바빴다. 당리동 한 편의점 직원은 “언제 입고될지는 우리도 자세히 모른다”고 답했다.
재택치료자들의 ‘셀프 방역’이 시작된 뒤 저소득층은 방역 물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기초생활수급자 1인 가구 생계 급여 기준이 58만 3444원임을 고려했을 때 10만 원을 넘어서는 키트 구비 비용은 상당히 큰 부담이다. 서구 한 주민은 “우리 같은 사람은 애초에 코로나에 걸리지를 말아야지”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전문가도 정부 주도의 방역 통제 시스템이 시민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는 체계로 전환된 만큼 경제적 약자를 위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손지현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는 언제나 경제적 약자들 타격이 크다”면서 “1인 가구나 저소득층을 포함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저소득층을 따로 구분해 물품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 관계자는 “재택치료 키트는 집중관리군 위주로 배송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1차 상담을 해서 의약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배송도 하고 있다”면서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구분해서 배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글·사진=손혜림·나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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