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공장’ 들어온다니… 녹산산단 업체들 ‘안전 우려’
부산의 대표 산업단지인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화학공장이 들어서려 하자 인근 업체들이 안전 위협을 호소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화학공장 측은 정상적인 허가 절차를 밟아 건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공장을 시작으로 공단 경영자단체 등의 집단 반발도 예상돼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따르면 서울에 본사를 둔 화학소재 제조기업 A 업체는 강서구 녹산동 녹산산단에 제2공장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면적 8768㎡ 규모로 이뤄지는 이번 사업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존 사무시설(4901㎡)을 증축하고 지하 탱크 등 3683㎡ 규모의 제조 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는 공사다. A 업체 측은 올해 상반기에 공사를 마치고 오는 7월 말 시운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 소재 화학기업 2공장 건설
상반기 완공 7월 시운전 계획
“문제 발생 때 대규모 피해 예상”
인근 업체·녹산산단경영자협의회
산업단지공단 등 민원 제기 방침
하지만 추가로 들어서는 제조 시설에서 폐 손상, 호흡 곤란 등을 유발하는 유해화학물질을 대용량으로 취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공장들을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공장들이 밀집한 녹산산단의 특성상 화학물질을 보관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다. 환경부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 업체가 150t 규모로 저장할 예정인 화학물질 에피클로로히드린(ECH)은 인체에 유입되면 호흡 곤란, 폐 손상, 암 등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인근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A 업체는 에피클로로히드린뿐만 아니라 강한 인화성 물질인 톨루엔 등 여러 위험물을 대량으로 취급하고 있어 만에 하나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될 경우 우리 공장은 물론 산업단지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대용량의 유해화학물을 취급하려면 녹산처럼 공장이 밀집한 단지가 아니라 공장 간 거리가 넓은 대규모 화학단지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도 “회사 바로 옆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렇게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는 곳인 줄 전혀 몰랐다”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산산단의 업체 약 300곳이 속한 녹산국가산단 경영자협의회도 논의를 거쳐 강서구청과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민원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업체 측은 위험물 제조소 설치 허가 등 정상적인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발생하지도 않은 사고를 우려해 제조 시설을 짓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맞받았다. A 업체는 지난달 강서소방서에 위험물 제조소 설치 허가를 신청해 지난 3일 허가를 받았다. 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 등 추가 인허가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안전을 중시하는 사내 분위기상 일반적인 위험물 규정보다 훨씬 엄격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공사부터 화학물질 취급까지 모든 부분을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녹산공단 부지 분양을 담당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와 관련된 별도 중재 절차를 갖고 있지 않아 업체 간 갈등은 장기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절차상 부지 분양 신청이 들어온 업종이 계획된 공장 용지에 맞는 업종인지만 확인하고 있고, A 업체가 신청한 부지는 석유화학업을 할 수 있는 부지이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